<문화> 트로트 '붐'이 트로트의 '봄'을 알리다 (한성대신문, 554호)

    • 입력 2020-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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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4-05 03:15

<편집자주>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그야말로 트로트 전성시대다. 단순히 TV 프로그램을 넘어 콘서트와 음원까지, 사람들이 트로트를 즐기는 방식 역시 다양해졌다. 모든 미디어를 트로트가 장악한 지금, 무관심했던 사람도 트로트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안 기자 역시 매일매일 트로트를 흥얼거리고 있다. 트로트가 이렇게 즐겁고 신나는 노래였나? 트로트가 환갑잔치나 칠순잔치에서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한 것은 명백한 착각이었다.

봄을 맞이한 트로트의 매력이 궁금한가? 혹은 여전히 트로트가 촌스러운 ‘뽕짝’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 기사에 주목하자. 당신 도 어느샌가 트로트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변화하는 ‘뽕짝’ 감성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트로트(Trot)는 빠르게 걷거나 뛰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쿵짝 쿵짝 쿵짜자 쿵짝 네 박자 속에~’ 우리 입에서 흥얼거리는 신나는 멜로디는 일명 ‘뽕짝’ 감성을 표현한다.

과거 트로트에는 절절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많았다. 시대상이 담겨있다는 이유로 많은 곡들이 금지되기도 했다. 1960년대 트로트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미자의 대표곡 <동백아가씨>는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라 는 가사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런데 당시 수많은 밤을 기다림으로 지냈던 민중의 한이 표출됐다고 판단한 군사정부는 <동백아가씨>를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이주은(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1970년대에는 록(Rock)이 젊은 층을 강타하면서 트로트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고 전했다. 트로트와 록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조용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며 ‘트로트 고고(록과 트로트의 결합)’를 이끌었다. 이후 현철은 경쾌하고 간드러 진 꺾기 창법과 뛰어난 가창력을 겸비해, 이른바 ‘꺾기 끝판왕’으로 가요계에 나섰다. 그는 <사랑은 나비인가봐> 와 <청춘을 돌려다오>에 구성진 꺾기 창법을 적용시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는 ‘4대 천왕’의 활약이 이어졌다. 송대관, 현철, 태진아, 설운도가 활발하게 활약한 것이다. 이들은 <정 때문에>, <청춘을 돌려다오>, <옥경이>, <잃어버린 30년> 등 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하지만 반짝 빛을 발했던 트로트는 서서히 젊은이들의 음악에서 멀어져 갔다. 음악으로 혁명을 일으킨 서태지와 아이들이 혜성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난 알아요>를 통해 가요계를 휩쓸었으며, 랩송(강렬하고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가사를 읊듯이 하는 노래)으로 한국의 대중음악 장르를 이끄는 주역이 됐다. 이에 90년대 트로트는 관광버스에서 부를 법한 촌스럽고 코믹한 음악으로 전락했다.

2000년대에 들어 트로트는 숨겨뒀던 ‘뽕짝’ 감성을 다시 드러내기 시작했다. 장윤정, 박상철, 홍진영, 박현빈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특히 장윤정은 <어머나>와 <짠짜라>를 히트시키며 아이돌이 제패한 가요계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리고 2020년 현재, 트로트는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대중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봄을 맞이한 것이다. 이 교수는 “일명 ‘B급’ 감 성이 트로트와 만나 복고열풍을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중장년층의 축제나 행사에 배경음악으로 틀어놓던 ‘뽕짝’은 한결 젊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young’한 감성을 타고 온 트로트

최근 ‘송가인이어라~’라는 유행어로 모든 세대에 사랑을 받은 트로트 가수, 송가인을 배출한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은 트로트의 부활을 알렸다. 애절하면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안방을 녹인 송가인과 그 출연진들로 인 해 대중은 트로트에 흠뻑 빠져들게 됐다. 트로트와 아이돌 서바이벌 쇼를 접목한 무대를 보여주면서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장년층 외에도 ‘2030 팬덤’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기세에 맞물려 유재석도 활동명 ‘유산슬’로 트로트에 도전하면서 그 열기를 더해갔다. 그는 쉽고 발랄한 트로트인 <합정역 5번 출구>와 <사랑의 재개발>을 불렀다. 코믹하고 촌스럽지만, 입에 착착 붙는 노래가 대중적인 붐을 일으켰다.

이후 등장한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트로트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방영 8회 만에 시청률 30%, 10회에는 33.8%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최우정(서울대학교 작곡과) 교수는 “최근 미디어의 확장으로 스트리밍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든 세대에 걸쳐 영향력을 미친 것”이라며 “문화 전반에 걸쳐 있었음에도 비주류에 속해 있던 트로트가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고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TV로만 보던 트로트는 젊은 대중에 게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장르 특성상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팬사인회, 팬미팅 등을 진행하면서 젊은 층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공연 역시 20대 예매자의 비율이 40%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58년생 베이비부머 세대를 뜻하는 신노년층도 동참했다. 이제는 중장년층이 스트리밍하고, 응원봉과 슬로건을 들고 응원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는 대중의 음악 소비 스펙트럼이 넓어 생긴 현상”이라며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흥미로운 연출, 출연자들의 퍼포먼스 등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전했다.

안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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