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온라인 강의 사각지대에 빠진 농아대학생들 (한성대신문, 555호)

    • 입력 202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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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4-25 20:17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각 대학에 온라인 강의가 도입된 후, 농아(청각장애)대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지난 3월 9일, 한국농아인협회·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장애의 벽을허무는사람들 등 8개 청각장애인 단체들이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청각장애인 단체들은 “많은 강의에서 자막이나 수어 통역 등이 지원되고 있지 않다. 지원에 대한 구체적 지침도 없다”며 “농아대학생들이 원격으로 수어 통역을 지원 받더라도 연결이 불안정해 제대로 된 학습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은 3월 20일, 국민인권위원회 앞에서 농아대학생들의 학습 환경 개선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4월 6일 추가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에 따른 농아대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해결하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은 현행법에서 교육책임자의 농아대학생 학습권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는 농아대학생 교육활동 보장을 위한 수어 통역, 속기 등 의사소통 수단 지원의무, 제21조에는 농아대학생 전자정보 및 비전자정보 접근 형평성을 이유로 수어 등의 필요 수단 지원의무가 명시돼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월부터 ‘장애 대학생 교육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각 대학에 수어 통역, 속기 등의 비용을 80%까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지원만 담당하고 세부적인 영역은 대학이 관리하고 있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강창욱(강남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대부분의 대학이 청각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단순 추측만으로 농아대학생을 지원해 문제가 되고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 대학에서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장애 이해 교육으로는 청각장애를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농아대학생에 대한 무관심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즉 농아대학생에 무지한 상태로 지원을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대학은 농아대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사전 수업 자료 제공, 전문 수어통역사 도입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먼저, 사전 수업자료 제공은 농아대학생의 강의 접근성을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청각장애인에게는 교육을 받을 때 예습, 본 학습, 복습의 절차가 기본이다. 수업 전에 수업자료를 제공받아야 자막 지원 시 수업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 수어통역사 도입도 수어 통역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강 교수는 “전공수업 수어 통역은 어려운 작업”이라며, “한국 수어는 의미를 중심으로 통역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어 통역사가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통역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의 확대와 대학의 시스템 미비가 겹치면서 농아대학생들은 학습권 침해를 겪고 있다. 대학가를 덮은 질병의 화마가 사라지기 전까지 농아대학생들이 강의 사각지대를 빠져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4월 6일, 한국농아인협회 등 6개 청각장애인 단체들이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농아대학생 학습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연 모습 (사진제공 : 한국농아방송)

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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