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읽어주는 경제TALK> 주식 투자가 부른 뜻밖의 결과, 동학개미운동 (한성대신문, 555호)

    • 입력 202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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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4-25 22:15

지난 3월, 약 11년 만에 코스피가 15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월 28일 1987.01로 마감했고 3월 19일에는 1457.64까지 하락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주식 값이 폭락하면서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한 것이 원인이 됐다. 3월 한 달 동안에만 외국인 매도 규모가 13조 5천억 원에 육박해, 국내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국내 소규모 개인투자자들로 인해 순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3월 한 달 동안 개인투자자의 매수 규모가 14조 9천억 원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6조 3천억 원, 2월 6조 원이었던 것보다 약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이같은 양상에 대해 양준석(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소규모 개인투자자들이 3월에 주식을 많이 구매한 이유 중 하나는 주식가격의 큰 하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과거 투자자들이 ‘주가는 한번 폭락하면 반등한다’는 경험을 얻은 것에서 기인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506.07이었던 코스피는 IMF(국제통화기금)에 긴급자금 지원 요청 이후 한 달 만에 351.45까지 떨어졌다. 이후 1998년 7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코스피 지수는 278%나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1400대였던 코스피가 두 달 만에 900대까지 떨어졌고, 이후 2008년 11월부터 30개월간 137%가 올랐다.

이처럼 투자를 목적으로 몰려든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행렬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로 인한 국내시장의 타격을 완화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3월 코스피 지수가 2000대에서 지난달 1400대로 약 30% 급락했으나,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로 인해 지난 4월 17일 1914로 급등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행렬을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로 표현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로 인한 피해를 막아내는 개인투자자들의 모습을, 조선후기 지배층의 부패와 일제침략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것이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단어는 외국인들의 매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식시장에 일명 ‘개미’라 불리는 소규모 투자자들이 등장하면서 나타난 것”이라며 “여기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자신을 일종의 현대적, 경제적 의병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인 투자가 국가적 손실을 막아내는 모습은 역설적이다. ‘사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모여든 개인투자자들의 행동이 결국 주식 시장의 타격을 완화하는 ‘공적인 이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4월 말을 바라보는 현재,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증가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동학농민운동’은 1895년 전봉준의 처형과 함께 미완의 혁명으로 남은 바 있다. ‘동학개미운동’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순매수 : 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거래 상태

안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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