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스포츠 사전> 빙판 위의 미묘한 마찰력, 컬링 (한성대신문, 555호)

    • 입력 202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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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4-25 22:17

“영미(스위핑을 준비하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전 국민의 마음에 불을 지른 단어다.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며 나아가는 스톤은 “영미 헐(스위핑을 세게, 빨리 하라)”과 함께 더욱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영미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팀킴’. 그들이 활약했던 종목, 컬링에 대해 알아보자.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은 4명이 한 팀을 이뤄, 하우스 중심에 많은 스톤을 놓는 팀이 승기를 잡는 구기 스포츠다. 선수들은 스톤을 던지는 투구자와 빗자루로 스위핑(Sweeping)하는 스위퍼(Sweeper), 전략을 세워 팀을 이끄는 스킵(Skip) 등의 역할을 번갈아 가며 경기를 진행한다.

이들은 팀의 승리를 위해 ‘마찰력’의 원리를 이용한다. 마찰력이란 접촉하고 있는 두 물체 사이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힘이다. 이는 마찰하는 두 물체의 면적에 비례하며, 운동하는 물체와 마찰하는 대상이 액체일 경우 고체일 때에 비해 작은 마찰력이 발생하게 된다. 컬링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는 스포츠다.

컬링 속 마찰력은 투구자가 빙판 위에서 스톤을 던진 직후부터 나타난다. 얼음 위의 페블(Pebble)이라는 작은 얼음 돌기와 스톤 아랫부분의 미세한 흠집이 만나 마찰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스위퍼가 스톤 바로 앞 얼음에 얼마나 많은 횟수의 스위핑을 하느냐에 따라 스톤의 진행거리가 달라진다. 스위핑을 많이 할수록 얼음과 스톤 사이의 마찰력이 줄어들어 스톤이 더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스위퍼는 빗자루로 얼음 표면을 쓸어 페블을

녹인다. 이후 얼음 표면은 매끈해지고, 물이 형성된다. 물과 닿은 스톤은 단단한 얼음에 닿았을 때보다 훨씬 작은 마찰력을 받아 앞으로 잘 나아가게 된다.

스톤뿐 아니라 선수들이 신는 컬링용 신발에도 마찰력의 원리가 숨어있다. 선수들은 컬링용 신발 바닥을 두 가지의 재질로 구성할 수 있다. 이에 투구자는 한 쪽은 쉽게 이동하기 위해 테플론(Teflon)과 같이 마찰력이 작은 재질을, 다른 한 쪽은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고무 재질을 사용한다. 어느 쪽에 어떤 재질을 배치할지는 투구자가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에 따

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오른손으로 스톤을 잡는 투구자의 왼쪽 신발 바닥은 미끄러운 재질이다. 이 경우 투구자는 오른쪽 다리를 뒤로 뻗고 왼쪽 다리로는 무릎을 세워 앉아 몸을 지탱한다. 이때 왼쪽 신발의 테플론 재질은 선수가 부드럽게 앞으로 이동하도록 돕는다.

스위퍼들은 빙판 위에서 스위핑을해야 하기에 신발이 미끄럽지 않아야 유리하다. 따라서 빠른 속도로 던진 스톤을 따라잡을 때에는 미끄러운 재질의 신발을 이용하지만 필요에 따라 미끄러운 재질의 신발에 그리퍼(Gripper)라는 고무 재질의 덧신을 착용하기도 한다. 즉 마찰력이 커야 유리한 상황에서는 그리퍼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도 마찰력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컬링은 빙판 위 마찰력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얼음 위 마찰력의 미묘한 작용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스포츠, 컬링. 선수들이 보여주는 마찰력의 섬세한 변화에 주목해보자.

안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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