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읽어주는 경제TALK>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규제완화인가? 특혜인가? (한성대신문, 556호)

    • 입력 2020-05-25 00:00
    • |
    • 수정 2020-05-23 23:31



지난 4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 영에 관한 특례법』(이하 인터넷 전문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8년 제정된 법이다. 해당 법은 비금융산업의 회사가 은행의 지분을 4%까지만 소유할 수 있게 한 은산분리의 원칙을 최대 34%까지 완화시키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조건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기존 법안의 제5조 별표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조건을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이하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을 것’이라고 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공정거래법 상의 특정 사항을 위반했을 경우에만 대주주가 될 수 없게 됐다.

개정안의 등장 배경에는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있다. 케이뱅크는 작년 4월부터 현재까지 자금난으로 대출 업무가 중단된 상태다.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했던 KT는 케이뱅크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34%까지 늘리려고 했다. 그러나 KT가 공정거래법상 담합혐의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다. 케이뱅크는 정치권에 법안의 개정을 요청했지만, 지난 3월 공정거래법 위반 조건을 제거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 후 부결됐다. 이후 KT는 자회사인 BC카드에 케이뱅크의 지분을 팔아, BC카드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전략을 취했다. 그런데 개정안이 통과돼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학계는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고 있다. 서지용(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개정안은 경쟁력 있는 ICT 플랫폼 업체가 인터넷전문은행업에 진입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따라서 양질의 금융 서비스와 거래비용 최소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산분리의 약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박상인(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미 KT가 BC카드를 통해 지분을 출자*시키려는 상황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필요는 없었다”며 “이는 은산분리를 더욱 약화시켜, 이후 재벌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하게 될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행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의 혁신을 촉발할 메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연 이번 개정안이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메기를 더 키워낼지, 아니면 그 메기의 배를 가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앞으로의 향방이 주목된다.

*유상증자 : 주식을 신규로 더 발행해서 돈을 받고 팔아 자본금을 늘리는 것

*출자 : 어떤 사업을 위해 자금을 내는 행위나 그 자금 자체

최성훈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