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대면은 진보인가? (한성대신문, 556호)

    • 입력 2020-05-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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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5-24 11:14

한산한 거리와 마스크를 쓴 사람들. 사회적 거리가 생활적 거리로 좁혀졌지만, 이들 사이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 느낄 수 없었던 무형의 공간이 발생했다.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반대를 뜻하는 접두사인 언(Un)을 붙인 신조어, 언택트(Untact). 코로나19와 함께 발생한 이 단어는 미래에 대한 질문의 단초가 된다.

코로나19가 만든 무형의 공간은 사람들 간 거리를 물리적으로 차단했다. 그 속에서 기술진보는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더욱 발전한 통신 기술과 디지털 기술은 사람 간 거리의 제약을 허묾과 동시에 우리에게 더욱 편리한 생활을 가져다줬다. 그런데 과연 기술적 진보를 통한 비대면 접촉이 인간에게 유용하기만 한 것일까?

확산되는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 접촉이 지속되자, 사람들은 점차 대면으로 만날 기회를 잃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팬데믹(세계적 유행)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마음 놓고 누군가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이 사회에서 개별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비대면만으로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

기술이 사람 간 거리를 좁혀줄 수 있더라도,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심리적 거리는 완벽히 채울 수 없다. 만남을 통해 사람들의 관계가 시작되고, 나아가 정서가 공유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사회에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었다.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돼 훨씬 더 편리한 생활을 얻었지만, 비대면으로 접촉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초래됐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기술은 더욱 진보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잊지 말며, 기술의 과잉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관계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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