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오보청’이 된 기상청, 문제는 연장이 아니다 (한성대신문, 516호)

    • 입력 2016-09-19 15:29

기상청의 잇따른 예보 실패로 인해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상선진국인 영국과 일본은 그들 국가의 가장 뛰어난 슈퍼컴퓨터를 기상청으로 보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슈퍼컴퓨터일까? 하지만 관측위성과 슈퍼컴퓨터를 포함하는 우리나라의 기상인프라는 이들 국가들과 비교해도 아무런 손색이 없다.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상학에 대해 알아야한다. 기상학은 대기운동을 분석·예측하는 학문으로, 기상청에서 기상학에 따라 도출된 결론이 TV나 인터넷으로 송출되어 일기예보가 된다. 최근 이상폭염과 소나기 등으로 일기예보가 주목받고 있지만, 기상청의 예보가 번번히 빗나가는 것도 기상학적인 계산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홍성유(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교수는 관측이 아닌 예측의 실패라고 답변했다. 일기예보는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관측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홍 교수에 따르면 관측을 통한 기상예측은 관측 후 3시간에 불과하다. 일기예보는 단순 관측이 아니라 이러한 관측사실을 토대로 수치예보모델이라는 기상학적인 알고리즘을 통해 예측이 이루어진다. , 최근의 일기예보가 빗나가는 것은 관측의 문제가 아니라 이 수치예보모델의 문제인 것이다.
기상학에서 수치예보라고 불리는 이런 방식의 예측은 1904, 기상학의 아버지인 빌헬름 비야크네스가 “7개의 방정식과 7개의 미지수가 있으면 기상예측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당시엔 비행기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류권 상부의 관측 자료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인류가 최초로 기상예측에 성공한 것은 1950년에 이르러서였다.
이렇게 출현한 초기의 기상예보는 고작 이틀 뒤까지가 한계였으나, 지금은 7일 뒤의 예보도 정확도가 75%에 육박한다. 이 과정에서 지난 수십년동안 해당국가의 오존, 가스, 마찰, 난류, 식생, 해양 등의 기상 변수를 관측하여 예측 알고리즘으로 만든 것이 바로 수치예보모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영국의 수치예보모델을 기상관측모델로 사용하는데, 최근의 예측실패도 이와 연관이 깊다.
수치예보는 에드워드 로렌즈가 발표한 카오스 이론에 따라 초기수치라고 불리는 관측값에 매우 민감하다. , 영국의 기상상황에 맞춘 수치모델은 한국에 적합하지 않고, 때문에 예보관이라고 불리는 최종전달자의 경험에 따라 기상예보의 정확성이 결정된다. ‘영국의 수치예보모델로는 국내 최고의 슈퍼컴퓨터라도 정확한 결과값을 도출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2019년까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개발·도입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한국형수치예보 모델이 개발되면 최근 85%까지 떨어진 예보적중률이 다시 90% 중반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홍 교수는 라이센스 계약으로 개선이 불가능했던 기존의 모델과는 달리, 지구온난화로 변화되는 한국의 기상상황에 맞춰 꾸준한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의 개발로 기상청이 오보청의 오명을 벗고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은 기상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의 기상관측자료 화면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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