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사법 시행 2년, 벼랑 위의 강사들 (한성대신문, 556호)

    • 입력 2020-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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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5-24 00:27

2010년 5월, 한 남자가 유서를 적고 있다. 그는 조선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었던 서정민 박사. ‘저는 스트레스성 자살입니다.’ 목숨을 끊기 직전, 서 박사는 유서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그의 죽음을 발단으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은 국회의 문을 넘었고, 2019년 8월에 시행됐다. 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 부여 ▲1년 이상의 임용 ▲3년간 재임용 절차 보장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강사법은 강사를 교원으로서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우대되도록 예우하고, 신분에 영향을 주는 부당한 처분으로부터 보호하며, 강사가 처우개선을 위해 교섭·협의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강사법 시행 이후에도 강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강사의 일자리 감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곽상도(미래통합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학기에 5만 1,448명이었던 국내 일반대학의 전체 강사 수는 2019년 2학기에 3만 5,565명으로 급감했다. 대학이 강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

기 위해 강사 숫자 자체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도흠(강사제도 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사립대학에 평균적으로 강사가 절반가량 줄어들었고 정규직 전임교원은 거의 늘지 않았다. 대학은 줄어든 강사의 자리를 겸임·초빙교수 등으로 대체하고, 대우·특임·객원교수 등 20종이 넘는 기타 교원을 만들어 강사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사 숫자가 줄어듦에 따라 소규모 강좌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공지한 「2020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학생 20명 이하의 소규모 강좌는 2018년 1학기에 38%였으나, 2019년 1학기에는 35.9%로 감소했다. 이 대표는 “대학은 2019년 1학기에만 7천여 개의 강좌를 없앴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대형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늘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증가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정년을 보장받는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달리,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다. 강사들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전임교원 중 일부가 정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자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대학원생에서 강사를 거쳐 교수나 직업 연구원으로 나아가는 대학의 학문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대학이 전임교원 확보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교육부가 대학기본 역량진단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수를 전임교원 확보율에 포함시킨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반성택(서경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정년트랙 전임교원에 비해 절반 이하의 연봉을 받지만, 교육부의 평가에서는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똑같은 전임교원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대학의 입장에서 구조개혁평가 시기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서 박사가 목숨을 끊은 지 10년, 강사법이 시행된 지는 2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대학의 수업을 책임지는 강사는 줄어든 일자리와 불안한 미래 사이에서 근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강사를 줄이는 것은 대학의 미래를 지우는 자해행위다. 각 대학이 다른 부문에서 비용을 절약하면서 강사 고용을 유지하고 적절한 강사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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