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백색의 마법, MSG에겐 죄가 없다 (한성대신문, 557호)

    • 입력 2020-06-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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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6-14 14:36



마법의 가루, 맛의 근원, 마시쪙. 이 세 단어들은 한 가지 물질을 가리킨다. 바로 MSG(Monosodium L-Glutamate), 망한 요리에 한 스푼만 넣으면 맛이 확 살아나는 신비의 물질이다. MSG는 우리의 혀를 만족시키는 감칠맛을 가져다준다. 일부 사람들은 MSG가 몸에 좋지 않다며, 못마땅하게 여긴다. 명백한 오해다. 2014년 식약처에서 ‘MSG가 무해하다’는 것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MSG에 대한 공포감은 존재한다. 그들이 가진 오해를 풀기 위해, MSG가 무엇인지 낱낱이 살펴보고자 한다.

실체가 없는 공포

인류는 감칠맛을 얻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고 MSG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 MSG는 공포의 대상으로 변모했다. 그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등장했던 중국음식증후군은 MSG에 대한오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해당 증후군은 로버트 호만 곽이라는 의사가 처음 보고했다. 그는 미국 보스턴 근교의 중화요리집에서 식사를 한 뒤, 목과 팔의 저림과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는 증후군의 원인으로 MSG를 지목했지만, 이후 실험에 의하면 그의 주장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다. 대표적으로 동물실험에선 MSG의 독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600마리의 흰 쥐에게 MSG가 들어간 사료를 2년간 먹였지만, 피험체에게 진행된 육안 검사, 혈액 검사, 조직학적 검사 모두 이상이 없다고 판명됐다. 하상도(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나라에서 MSG와 중국음식증후군의 연관성을 알아보기위해 임상시험을 했지만 피험자에게선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중맹검(정확한 결과를 위해 실험자와 피험자에게 특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것)을 통해 이뤄진 실험에서는 18~24세의 건강한 24명에게 MSG를 투여했지만 피험자에게 중국음식증후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MSG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자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등 많은 나라들이 MSG의 무해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1993년 한 식품회사에서 MSG를 몸에 나쁜 화학조미료라고 마케팅을 펼치면서 잘못된 인식이 퍼졌다. MSG를 넣지 않는 것이 착하고 좋은 식당의기준이라고 소개한 모 TV 프로그램도 큰 영향을 끼쳤다. 우리는 MSG에 대한 실체없는 공포에 속고 있던 것이다.

인공 물질? 아니 천연 물질!

사람들은 MSG를 인공 합성물로 오해한다. 인공이라는 말에서부터 몸에 안 좋을 것 같은 뉘앙스가 풍겨진다. 인공 합성물이 무조건 몸에 안 좋다는 것도 편견이지만, MSG는 애초에 인공 합성물이 아니다.

MSG는 글루탐산과 나트륨이 결합한 물질로 1907년 이케다 키쿠나에 교수가 개발했다. 이케다 교수는 단맛, 쓴맛, 신맛, 짠맛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다시마 육수의 맛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5번째 맛인 우마미(감칠맛)를 발견했다. 다시마에 들어있는 글루탐산이 맛의 원천이었다. 그는 글루탐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나트륨을 붙여 결정화했다. MSG는 단순히 글루탐산에 약간의 소금을 붙인 것일 뿐, 화학적인변형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인위적인 물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MSG의 원료인 글루탐산은 모든 동식물을 구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15%는 글루탐산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대다수의 식품에는 단백질이 포함돼 있다. 인류는 글루탐산을 끊임없이 섭취해왔다고 볼 수 있다. 글루탐산은 우리가 주로 먹는 식품에 더 많이 함유돼 있다. 밀의 경우 단백질의 40%, 토마토의 경우 단백질의 37%가 글루탐산으로 이뤄져 있다. 육류, 유제품, 콩 가공식품(간장, 된장 등)에도 글루탐산의 함유량이 높다. 오상석(이화여자대학교 식품공학과) 명예교수는 “아기들이 먹는 모유에도 글루탐산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감칠맛을 위한 인류의 노력

글루탐산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해도 우리는 감칠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글루탐산이 단백질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감칠맛을 얻기 위해선 단백질을 분해해 글루탐산을 유리아미노산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인류는 단백질을 분해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발효다. 발효는 미생물의 효소를 이용해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과정이다. 단백질의 분해를 통해 유리아미노산 비율은 높아진다. 우유의 경우 유리아미노산 상태로 존재하는 글루탐산이 전체의 0.2%밖에 해당되지 않지만, 발효과정을 거친 치즈는 그비율이 10% 정도로 상승한다. 실제로 우유 100g당 함유된 유리글루탐산(유리아미노산 형태의 글루탐산)은 2mg이지만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치즈 중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일명 파마산 치즈)의 경우 함유량이1,680mg이다.

콩을 발효한 간장과 된장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오 명예교수는 “발효콩에 함유된 유리아미노산의 총량은 비발효콩에 비해 3.3~5.6배 정도 늘어난다. 발효 10일 경에 발효콩의 유리아미노산은 2936.2mg으로 비발효콩의 521.9mg보다 5.6배 증가한다”고 밝혔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MSG는 소금의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오 명예교수는 “MSG를 사용해 간을 하면 소금의 사용량을 20~4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금의 과도한 섭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발효과정이나 장시간 동안 육수를 우려내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것도 MSG의장점이다.

음식의 맛을 살리면서 동시에 여러 장점을 가진 MSG, 이제는 왜곡된 시선에서 벗어나 밥상의 당당한 일원으로 인정해야 할 때다.

최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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