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현장이 답하다> 코로나19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 (한성대신문, 560호)

    • 입력 2020-10-19 00:03
    • |
    • 수정 2020-10-19 00:34



<편집자주>

나 말고 다른 사람. 그의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그에게 묻는 것보다 그가 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던가. 종이에 적힌 자료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욱 현실적이다. 나를 그로 바꾸기 위해 신문사 밖으로 향한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생생한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부터 학교 방문자를 보호하기 위해 힘쓰는 학내 구성원이 겪는 어려움을 알아봤다. 학교 정문 통제, 상상관 출입 관리, 교내 시설 방역까지.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학내 구성원이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작업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출입 통제 및 관리, 방역 작업을 해보았다.

김선우 기자

[email protected]

조정은 기자

[email protected]

"땀에 젖은 방역복, 고글, 마스크…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이어폰에 가려진 노란 점퍼

오전 8시 45분. 학교 정문에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 상황실에 도착한다. 한 근로 학생이 노란색 점퍼를 건네준다. 재난 상황 때 공무원이 입는 노란색 민방위복과 유사하다. 점퍼를 입은 후, 정문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는 캡스 직원 2명 옆으로 향한다.

정문에 ‘성북02’ 마을버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을버스가 정차하고 대략 20명 정도가 버스 앞문과 뒷문으로 내린다.

검은색 옷을 입은 남학생이 학생증을 보여주지 않고 지나간다. 그를 따라가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요청하지만 그냥 가던 길을 간다. 그의 어깨를 툭툭 치니 그제야 귀에 꽂힌 에어팟을 빼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곧바로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요청하니 미간을 찌푸린다. 뒤돌아보니 캡스 직원 2명은 여전히 쉴 틈 없이 출입증 확인을 하고 있다.

오전 9시 41분. 두 학생이 버스에서 내려 함께 걸어온다. 한 학생은 학생증을 제시하고 정문 출입을 통과한다. 하지만 다른 학생은 모바일ID 어플을 사용하는 것이 서투른지 헤매고 있다. 먼저 통과해 기다리고 있던 학생이 그에게 다가가 어플을 실행시키는 것을 도와준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직원과 정문 출입 통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대부분의 학내 구성원이 귀에 이어폰을 낀 채로 지나가 출입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특히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려오는 시간에는 더욱 힘듭니다.” 오전 8시 53분부터 9시 53분까지 1시간 동안 지나간 버스는 총 20대였다.

손에서 놓지 못하는 체온계

오전 9시 55분. 건물 통제 근무를 위해 상상관 1층으로 향한다. 대책 상황실에서 받은 노란색 어깨띠를 착용한 후, 학생장학팀에서 받은 건물 통제 근무 수칙 안내문을 꺼내든다. 우선 출입자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해야 한다. 근무를 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은 발열체크를 진행하기 전 안내 멘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내 멘트 없이 발열체크를 진행한다면 상대방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출입증을 리더기에 태그하는 방법을 안내한 후 감사 인사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오전 10시 7분. 긴급재난문자 알림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출입관리를 시작한다. 3미터 길이의 책상 위에는 문진확인 스티커, 피부적외선체온계, 손소독제, 노트북이 보인다. 누군가 오기 전, 체온계 화면에 Lo표시가 뜨도록 책상을 향해 버튼을 누르고 기다린다.

한 학생이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발열체크를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체온을 측정한다. 그 순간 체온계 화면에 노란색 불이 깜빡거린다. 그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근로 학생이 다가온다. 그는 익숙한 듯 책상 아래에 있던 쇼핑백에서 다른 체온계를 꺼내면서 이야기한다. “가끔 체온계가 오작동해요. 그래서 여분의 체온계를 비치하고 있어요.” 쇼핑백 안에는 체온계 박스 3개가 보인다.

새로운 체온계를 건네받고 발열체크를 다시 진행한다. “정상입니다. 문진확인 스티커를 부착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스티커를 부착한다.

마지막으로 출입증을 리더기에 태그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가 바지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모바일 학생증을 리더기에 태그한다. 노트북 화면에 “승인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오전 10시 56분. 출입구 앞에는 대략 6명 정도가 있다. 한 줄로 서서 문진확인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오른손으로는 체온계 버튼을 누르고 눈은 계속 노트북 화면을 응시한다. 발열체크와 출입증 확인을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서다.

오후 12시 50분. 근무 마감까지 10분이 남은 시간이다. 다음 근무하는 팀을 위해 다 쓴 스티커는 박스에 버리고 체온계는 다시 책상 위에 올려둔다.

오후 1시. 대략 3시간 정도의 근무를 마치고 상상관을 빠져나간다. 의자에 앉으려고 할 때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앉았다가 일어났다 하는 걸 반복해 다리에 힘이 풀린다.

땀으로 가득 찬 방역복

이번엔 방역 작업 준비를 위해 시설지원팀으로 향한다. 본교는 화요일, 목요일 오후 6시에 교내 시설 전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한 직원이 하얀색 방역복을 건네준다. 방역복은 호흡기나 신체에 해로운 소독액으로부터 보호해준다. 방역복을 입은 후, 학교 정문 앞으로 이동한다. 학교 정문 앞에는 검은색 방역복을 입은 직원 8명이 대기하고 있다. 그들 중 한 명이 고글, 장갑, 마스크를 챙겨준다.

오후 6시. 해가 지고 선선한 날씨지만, 방역복에 고글까지 착용하니 슬슬 더워지기 시작한다. 트럭 한 대가 정문 앞에 도착해 시동을 멈춘다. 트럭 뒤에 실린 소독기가 보인다. 소독기에는 소독액이 16L가 들어간다. 소독기의 앞부분은 좁고 길며 뒷부분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다. 얼핏 보면 탁상용 청소기와 비슷하다. 소독기에는 작업을 하다가 소독기를 떨어트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어깨끈도 달려 있다.

소독기를 오른쪽 어깨에 메고 체육관으로 향한다. 넓은 체육관을 전체적으로 소독하기 위해 직원 8명과 함께 체육관 끝까지 걸어가 일렬로 선다. 그 후에 한 직원이 방역 소독기를 오른쪽 어깨에 메고 있는 상태에서 작동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오른손으로 소독기 뒷부분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는 소독기 앞부분을 잡으면 됩니다. 그런 다음 손잡이 위에 있는 슬라이드 형식의 버튼을 끝까지 밀어 올리면 많은 소독액이 나오며 다시 아래로 내리면 작동이 멈추는 방식으로 분사량을 조절할 수 있어요.”

소독기의 손잡이를 잡은 후에 버튼을 끝까지 올린다. 양옆에 있는 직원과 함께 소독기를 좌우로 흔들며 체육관 입구까지 뒤로 걸어간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직원은 체육관 소등 후 소독액을 뿌린다.

체육관 방역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온다. 장소별로 직원 4명씩 나눠서 작업을 진행하기로 한다.

한 직원이 바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학식당 문을 개방한다. 직원 4명과 함께 학식당으로 들어가 시설을 꼼꼼히 소독하기 위해 테이블 의자를 10cm정도 빼낸다. 소독기의 앞부분이 위로 향하게 들어 올린 후 소독액을 분사해야 한다. 책상 위에 설치된 가림막에 소독액을 직접적으로 뿌리면 자국이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대략 20분이 흘러 학식당 방역을 마친다.

학식당과 멀지 않은 학술정보관으로 향한다. 학술정보관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도착한다. 6층에서부터 각 층마다 소독을 진행한다. 의자를 뒤로 뺀 후 의자의 앉는 부분, 손잡이 그리고 책상에 구석구석 소독액을 뿌린다.

각 층마다 설치돼 있는 화장실도 방역해야 한다. 화장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간다. 다섯 발자국 정도 걸어가 소독기를 들고 변기, 바닥 그리고 문 손잡이에 소독액을 뿌린다. 화장실에서 나가기 전 여러 사람이 접촉하는 세면대, 출입문 손잡이에 집중적으로 소독액을 분사한다.

방역 작업을 1시간 동안 진행하니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고 온몸이 땀 범벅이다.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해 시야가 뿌옇고 숨도 턱턱 막힌다. 방역 작업이 끝남과 동시에 고글과 마스크로 귀 뒤쪽이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학술정보관 방역을 마친 후, 건물을 나오면서 직원이 말을 건넨다. “직접 해보니까 어때요? 여름에는 날씨도 더운데 방역복에 고글까지. 너무 힘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네요.” 그는 다시 상상관 방향으로 뛰어간다.

1시간 동안 10kg의 소독기를 들고 작업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들의 실제 근무 시간은 2시간 30분. 앞으로 1시간 30분을 더 근무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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