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 보호 (한성대신문, 560호)

    • 입력 2020-10-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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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10-19 00:03

지난 호 신문에 실린 ‘기약 없는 철장 속 기다림’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는 유기동물 보호소를 방문했다. 비좁은 견사를 통해 확인한 학대의 흔적은 너무나 참혹했다. 더 참혹한 것은 이 비극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죄 없는 동물이 보호소를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동물 학대를 막아줘야 할 동물보호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동물 학대를 저지른 사람을 대상으로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혹은 2년 이하 징역 등 처벌을 내리고 있다. 분명 처벌은 존재하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경찰청이 제공한 ‘동물보호법 위반 검거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2018년 2년간 구속된 경우는 단 2건밖에 없었다.

정부는 2021년부터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 3천만 원 이하 벌금 혹은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처벌의 수위는 올라갔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생긴다. 현재 시행하는 제도 역시 2018년에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이전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혹은 1년 이하의 징역을 가했다. 과연 처벌을 강화한 후에는 동물 학대 건수가 줄어들었을까? 동물 학대로 처벌받은 사람은 2017년에 459명, 2018년에는 592명으로 나타났다. 처벌이 심화됐음에도 동물 학대 사례가 더 늘어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처벌의 수위가 아니라 실효성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대응은 징역형과 벌금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태료 수준으로 처벌했던 지난날에 비하면 나아진 것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처벌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제도나 조항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에서는 동물 학대를 저지른 사람의 신원을 공개하거나, 동물 소유권을 박탈하는 등 다양한 처벌 조항을 설치하고 있다. 미국 테네시 주에서는 동물 학대범의 얼굴과 이름, 생년월일 등을 공개하고 있다. 캐나다는 동물 학대범에게 2년간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처벌을 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지 각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동물 보호의 사각지대다. 우리는 동물 학대가 명백히 범죄 행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있었던 학대의 흔적이 이제는 사라지길 바란다.

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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