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오늘날 (한성대신문, 561호)

    • 입력 2020-11-1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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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11-16 00:07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거행한지 50주년이 지났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는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를 혹사하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자신을 불살랐다. 전태일 열사의 항거는 대한민국 노동운동에 한 획을 그었으나, 최근 노동 현장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은 그의 희생을 무색하게 한다.

지난 달 27일, 한 택배 노동자가 차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결국 사망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택배업계의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이 부른 참사”라고 설명했다.

택배 노동자의 죽음은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만 총 15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했다. 10월 12일 사망한 택배 노동자는 사망하기 전 지인에게 보낸 문자에서 “집에 가면 5시인데, 밥 먹고, 씻고 나면 잘 시간도 없이 일하러 가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히 살인적인 노동환경이다.

택배 노동자는 법적인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법정 노동 시간인 주 52시간을 초과해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다. 택배 노동자는 영업소와 계약을 맺고, 영업소는 택배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택배회사는 택배 노동자에 대한 책임이 없는 셈이다.

일한 대가와 달리 급여를 적게 받는 점도 택배 노동자의 어려움이다. 택배 노동자들은 터미널에 쌓인 택배를 분류해 차에 실어야 한다. 그런데, 택배 노동자의 급여는 배송 건수에 따라 지급된다. 분류 작업 급여는 지급되지 않는다. 급여에 분류 작업을 넣지 않는, 말 그대로 무급 노동인 셈이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택배 배송 소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택배 노동자의 업무가 과중해지고 있지만, 택배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계처럼 혹사당하고, 심하면 과로사로 사망하는 게 현실이다. 전태일 열사가 이 광경을 보면 무엇이라고 할까.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으로 소비자가 더 빠르고 편리하게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지금. 우리의 편리함 이면에는 반세기 전 전태일 열사의 울부짖음과 다르게 『근로기준법』 준수도 없이, 기계처럼 혹사당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가 있다. 이들의 희생과 고난을 한번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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