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현장이 답하다> 동물성 원료와 멀어진 7일 (한성대신문, 562호)

    • 입력 2020-12-07 00:02
    • |
    • 수정 2020-12-07 00:02

<편집자주>

나 말고 다른 사람. 그의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그에게 묻는 것보다 그가 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던가. 종이에 적힌 자료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욱 현실적이다. 나를 그로 바꾸기 위해 신문사 밖으로 향한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생생한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비건은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 먹는 사람을 말한다. 유제품과 벌꿀, 동물의 알 등 모든 동물성 음식을 거부한다. 동물성 원료로 만들어진 옷이나 화장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동물성 원료는 우리의 일상에서 떼려야 땔 수 없는 존재다. 비건이 의식주를 충족시키는 데 있어서 얼마나 제약이 따르는지 그들의 어려움을 7일간 느껴봤다.

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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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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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이 있어도,

선택하지 못했다”

1일차

오후 1시 52분. 한성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온다. 신문사 출근 전,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핸드폰 화면을 켠다. 문득 친구가 추천해 줬던 샐러드 가게가 떠올라 곧바로 배달의 민족 어플에 ‘샐러드온’을 검색한다. 한성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샐러드온까지는 278m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여러 종류의 샐러드가 보인다. 그릴드 목살 보울, 훈제연어 샐러드, 라코타치즈 샐러드… 13가지 메뉴 중 먹을 수 있는 샐러드는 병아리콩 샐러드와 바질파스타 샐러드뿐이다.

오후 2시. 샐러드 가게 카운터에 도착해 병아리콩 샐러드를 주문한다. 그 후, 동물성 재료가 샐러드에 사용됐는지 물어본다. “샐러드에 계란이 올라가는데 빼드릴까요?”라고 주인은 대답한다. 음식에 어떤 재료가 사용됐는지 미리 확인하지 않았다면 비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뻔했다.

2일차

오후 2시 30분.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 역 주변 카페 ‘커피빈’으로 향한다. 한성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커피빈까지는 99m다.

카페 안은 커피향과 빵 굽는 냄새로 가득하다. 카운터로 이동해 유리로 된 진열대를 살펴본다. 진열대는 계란, 햄, 치즈가 들어간 온갖 샌드위치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 아래 바구니엔 쌀 블루베리 베이글과 뉴 플레인 베이글이 들어가 있다. 베이글을 집어 들어 성분표를 살펴보니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우유가 적혀있다. 베이글을 다시 제자리에 둔다. 결국 카운터 옆에 진열된 바나나 한 개만 구매한 후에 카페를 나온다.

오후 8시 20분. 신문사 퇴근 후, 집에 도착해 방으로 들어간다. 책상에 앉으니 구석에 박혀 있는 지렁이 젤리가 보인다. 입맛을 다시며 젤리 봉지 뒷면을 읽어본다. 성분표를 읽기 시작한지 대략 3초 후에 젤리 봉지를 책상에 다시 올려둔다. 포도당시럽, 설탕, 사과농축액… 젤라틴(돼지)

3일차

비건이 일반 카페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걱정 없이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 비건 카페를 찾아본다. 인터넷에 한성대입구역 주변 비건 카페를 검색하니 대략 6개 정도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식사와 디저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맞이한’ 카페에 방문하기로 한다.

오전 11시 45분. 카페에 도착한다. 곧바로 빵을 담을 쟁반과 집게를 챙겨 베이커리 진열대로 이동한다. 소프트바게트와 고구마 팥을 쟁반에 담는다. 진열대 위 팻말엔 ‘NO 글루텐, 계란, 유제품’이라고 적혀있다.

빵과 더불어 김밥과 매실차도 주문한다. 김밥에 들어간 밥은 유기농 발아현미로 지었으며, 재료로는 무, 깻잎, 두부, 당근, 비트가 들어갔다.

한성대학교 정문에서부터 카페까지는 2km다. 걸어서 가려면 2~30분이 소요된다. 그곳까지 가는 동안 대략 80개 정도의 음식점을 봤지만 그중에서 갈 수 있는 음식점은 3개 정도였다.

▲비건 채식 베이커리 카페에서 빵을 쟁반에 담고 있다.

▲비건 채식 베이커리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4일차

오전 9시 50분. 냉장고 문을 열어 무농약 클래식샐러드 한 팩을 꺼낸다. 클래식샐러드에는 양배추, 적근대, 상추, 양상추, 베이비시금치가 들어가 있다. 비닐로 포장된 팩을 가위로 잘라 개봉한 후, 샐러드를 파란색 뜰채에 쏟아 붓는다. 채소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준비해둔 그릇에 담는다. 집에 있던 바나나도 잘라 그 위에 올린다.

드레싱은 간장, 설탕, 식초, 다진 마늘, 소금을 넣고 섞는다. 미리 세팅해둔 샐러드 위에 드레싱을 뿌리니 꽤나 먹음직스럽다. 밖에서 음식을 먹을 땐,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에 번거롭다. 집에선 재료에 대한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직접 만든 샐러드다.

5일차

오후 2시 40분. 창의관 지하1층에 위치한 학식당 입구에 도착한다. 학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 곧바로 무인주문기 앞으로 간다. 학식당 메뉴는 총 33개다. 그중에서 유부우동, 김치우동, 공기밥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음식을 주문하기 전, 학교 홈페이지에 제공돼 있는 식당 번호로 전화를 건다. “우동에 동물성 재료가 들어갔나요?”라는 말에 직원은 당황한다. 재료 성분을 확인 후에 문자로 보내준다고 한다. 대략 15분이 흘러,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도착한다. 그는 “우동육수를 만들 때 들어가는 제품입니다”라는 문자 내용과 함께 두 장의 사진을 보냈다. 사진을 클릭해 보니 우유, 염장새우, 다랑어엑기스가 들어간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오직 공기밥뿐이다.

▲학식당 무인주문기 앞에서 비건 메뉴를 찾고 있는 모습

6일차

오후 6시 30분. 커피를 마시기 위해 회룡역에 위치한 ‘메가커피’로 향한다. 카페에 도착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무인기계 앞으로 간다. ‘포장하기’ 버튼을 누르니 메뉴판이 화면에 나온다. 커피 메뉴는 총 17개다. 동물성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고 싶지만 무인기계 화면, 카운터 위 메뉴판, 카페 벽면 등 어디에도 성분표가 보이지 않는다.

직원에게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커피 메뉴를 물어본다. “아메리카노만 우유가 들어가지 않아요”라고 직원이 말한다. 카페에서 마실 수 있는 커피는 오직 아메리카노뿐이다. 화면에 보이는 ‘h 아메리카노’를 클릭한 후, ‘1,500원 결제하기’ 버튼을 누른다.

7일차

오후 1시 53분. 11월 2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진행되는 비건 페스타에 도착한다. 사전 예약줄에서 참가비를 결제한 후, 비건 페스타 출입 팔찌를 건네받는다.

비건 페스타에는 비건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참여해 부스를 운영한다. 부스는 총 51개다. 유기농 비건 버터, 비건 아이스크림, 비건 프라이드콩치킨, 비건 화장품 등 여러 제품이 있다.

비건 페스타에서 제공한 운영부스 배치도를 이용해 비건 화장품 기업인 허블룸 부스로 향한다. 허블룸 직원이 제품에 대해 설명한다. “동물 보호 단체인 페타(PETA)의 기준에 따라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모든 절차에서 동물 실험을 배제하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비건은 동물성 원료로 만든 옷이나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비건 페스타에 진열된 상품을 살펴보니, 가방과 카드지갑에도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지 않았다. 페스타 행사장 벽면엔 ‘고통없는 패션이 더 아름답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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