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화정> ‘한국어’와 ‘조선어’ (한성대신문, 562호)

    • 입력 202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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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12-06 15:42

코로나 시대에 외국에 나가는 일은 이제 꿈같은 얘기가 되어 버렸다. 언제 다시 해외에서 학술교류와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남북의 분위기도 역시 정체 상태다. 국내외 정세도 그리 밝지 않다. 소통의 장애가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불과 2년 전에 남북 정상이 통역 없이 판문점도 보따리에서 만나는 역사적 장면은 이제 불가능한 것인가? 당시 어느 외국 학자의 우문(愚問)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두 나라 사람들은 통역이 없이도 대화가 가능합니까?”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물론이지요.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다. 몇 가지 사회적 맥락이 다른 어휘 말 고 남북의 언어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런데 남과 북의 언어 명칭은 각각 한국어이고 조선어이다. 한국어는 대한민국의 국어임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어는? 북한말? 중국 연변말? 일제강점기의 말? 조선시대의 말? 이런 물음을 제기하는 만큼 그 맥락적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의 ‘조선어’는 국어가 아니었다. 그저 조선 반도의 언어였다. 그런데 영어 표현은 단 하나다. 바로 Korean이다. South Korean도 North Korean이라고도 부르지 않는다. 한국어도, 조선어도 영어로는 모두 Korean이다. 남북이 Korean을 달리 부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선어’를 차별해서 취급한다면 그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한국어의 ‘아류’로 혹은 이데올로기를 덧칠하여 조선어를 폄하하는 것은 ‘언어 차별’이다. 둘은 약간 다른 지역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 영어, 영국 영 어, 호주 영어, 인도 영어 등이 각 지역 의 영어인 것과 같다. 물론 그중에서 미국 영어나 영국 영어가 국제어가 되었 다. 한국어도 조선어보다 더 국제적인 Korean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어가 낮은 위치의 언어라 고 얘기 할 수 없다. 우리 안에 그런 의식이 자리 잡으면 그건 낡은 정념(情念)이 된다. 우월주의에서 자유로울때 세상은 더 넉넉하게 보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지배하는 차별의식은 이제 벗어 버리자. 한국어든 조선어든 둘 다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이 남북의 언어로 우리가 다시 만나야 한다. 여전히 간절하게, 다시 하나로 말이다.

이상혁(상상력교양대학 기초교양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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