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한성문학상 - 소설 부문 심사평> "서사, 자기 정체성과 대면하기"

    • 입력 202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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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12-07 11:55

예전에 비해 응모 편수는 많지 않았지만 작품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평가가 가능했습니다. 다양한 소재와 확장된 장르들이 많아지면서 심사에 앞서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다만 장르 의식, 문제의식에 대한 깊은 사고와 정교한 플롯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시화의 거목>, <구소사>는 1차심사에서 심사자의 눈길을 끈 4편에 속했으나 각각 결말 구조의 의미망, 서사적 완결성의 부족이라는 요인 때문에, <서울의 아프리카>와 <하수구에 애인이 흘러들어갔다>에 밀렸고, 최종적으로 두 편을 앞에 놓고 장고에 들었습니다.

<서울의 아프리카>는 은유적으로 대비된 두 세계의 상호작용에 의한 서사적 긴장감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정보가 노출되어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플롯의 묘미가 부족했습니다.

이에 비해 <하수구에 애인이 흘러들어갔다>는 나르키소스의 자기애(自己愛)를 긍정적으로 현현한 플롯에 기대되 서사 정보를 적절하게 아끼고 있습니다. 플롯은 때로 음모(陰謀)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문제 상황이 좀 더 정교하게 플롯에 녹아들어 구체화되었으면 좋겠다는 판단입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운수 좋은 날’을 슬그머니 소환해 오는 솜씨도 상당합니다. 아쉬운 점은 몇 군데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들. 실수로 보이나 실수는 실수로 그치지 않고 때로 예기치 못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타의에 의해서든, 자신 스스로의 인식에 의해서든, ‘사주(四柱)’라는 말로 은유된 굴레에서 갇혀 있던 자아를 해방시켜 나가는 과정을 감각적인 문체의 힘을 통해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기에, 자아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르키소스의 ‘호수’와 지현의 ‘바다’ 사이에 놓인 간극을 놓치지 않고 읽어낼 수 있다면 말입니다. 당선자의 정진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응모자 모두에게 격려의 뜻을 전합니다.

김동환(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문학문화콘텐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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