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피해자의 용기가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한성대신문, 565호)

    • 입력 202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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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3-21 18:00

최근 연예인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증언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체육계로부터 시작된 학교폭력 고발이 연예계까지 퍼졌다. 폭로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태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터뜨리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해당 연예인에게 악의를 품고 망하길 바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말하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폭력을 당하고 바로 신고하기란 쉽지 않다. 주변의 시선과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고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 사실을 인터넷상에 게시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는 등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걱정을 안고 피해 사실을 고발한 피해자는 ‘이제 와서’가 아니라 ‘이제 겨우’ 목소리를 낸 것이 아닐까.

2018년도에 화제였던 미투 운동에서도 많은 여성이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소아청 소년정신과 의사인 오은영 박사는 “성폭력·학교폭력 피해자는 폭력을 당한 순간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한다. 그만큼 트라우마가 크다”고 말한다.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가 대중 매체에서 사랑받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TV에서 가해자의 모습을 볼 때 과거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말하는 피해자도 있다. 학창 시절에 경험한 피해는 상처로 남아 정서와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을 앓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

대한체육회는 학교폭력이 청소년기에 무심코 저지른 행동이라며 체육계 진입을 아예 막는 것은 가혹하다고 한 바 있다. 고의적인 괴롭힘을 어린 시절의 철없음으로 포장한 셈이다. 피해자는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죽은 개구리가 아니다.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선은 피해자를 다시 아프게 한다.

학교폭력 사건이 단순히 가십거리로 종결돼서는 안 된다. 폭력이 발생하는 구조를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사회는 학교폭력 사건의 원인으로써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문화에 주목한다. 모든 학생에게 보호의 시선이 닿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 학생에게 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제도 등이 필요하다.

조현미(사회과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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