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의 미래를 꺾지 않으려면 (한성대신문, 567호)

    • 입력 202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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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5-09 12:53

지난 4월, 벚꽃이 만개한 시기에 벚나무 가지를 꺾어가는 사람을 보았다. 벚나무는 한번 꺾인 가지에서 새로운 가지가 자라지 않는다. 심지어 꺾인 가지가 썩어 나무 전체가 말라 죽을 수 있다. 필자는 벚나무에 생긴 상처를 보며 우리 사회의 청년을 떠올렸다.

청년 10명 중 1명은 ‘지옥고’에 거주한다. ‘지옥고’란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의미하는 줄임말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가구의 주거 빈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만 19세부터 34세까지 청년 가구의 약 9%가 최저주거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2016년부터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 대상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지난 2월 8일, 서울시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담장에 ‘청년주택 결사반대’라는 플랜카드와 함께‘공사소리 없는 조용한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적힌 아이들의 그림이 걸렸다. 초등학교에서 도보 5분 거리의 상가를 허물고 시행 예정인 청년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것이다.

역세권 청년주택 건설 반대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8년 4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도 청년주택을 ‘5평형 빈민아파트’라 폄하하며 청년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같은 해 11월 서울 강동구 성내에서도 ‘청년임대주택 결사반대’ 구호를 외치며 청년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

청년주택은 청년이 지옥고에 거주하며 최소한의 안전과 행복을 박탈당하지 않도록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지붕 역할을 한다. 서울시립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희(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청년주택 정책은 우리 사회가 더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며, 청년주택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계속해서 청년주택 건설에 반대한다면, 그들은 청년이라는 가지를 꺾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지가 꺾인 벚나무는 꽃을 피울 수 없듯 상처 난 청년의 미래는 치료하기 어렵다. 청년은 그저 마음 놓고 살 곳이 필요할 뿐이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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