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족한 지원 속 모두를 위협하는 HPV (한성대신문, 570호)

    • 입력 2021-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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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9-22 03:20

대상 확대했지만 실효성 떨어져

성인 남녀로 접종 지원 확대해야

백신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해

국내 HPV(Human papillomavirus, 인유두종 바이러스) 관련 질병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HPV 예방백신(이하 HPV 백신)은 외면받고 있다. 이에 백신 접종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PV는 사람의 피부나 피하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자궁경부암, 생식기 사마귀, 고환암, 항문암, 두경부암 등이 주요 원인이다.

국내 HPV 관련 질병을 앓는 환자 수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HPV 관련 질병인 자궁경부암의 환자 수는 2016년 57,164명에서 2020년 61,892명으로, 최근 5년간 환자 수는 약 8% 상승했다. 국내에 보급된 ▲서바릭스 ▲가다실4 ▲가다실9 등의 HPV 백신을 접종하면 관련 질병을 예방할 수 있지만, 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 8월 19일 HPV 백신인 서바릭스와 가다실4의 무료 접종 대상을 만 12세 이하 여성 청소년에서 만 17세 이하 여성 청소년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에게도 무료 접종을 지원한다. 이러한 확대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무료 접종 대상이 ‘여성’에게 국한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HPV는 주로 성행위로 인해 전파되기 때문에 남녀 모두 백신을 접종해야 집단 면역의 효과를 볼 수 있다. OECD 36개국 중 35개국이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했으며, 이 중 18개국은 남아에게도 백신 접종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 정민형(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남녀 모두가 맞아야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동일 연령의 남성 청소년이 빠진 불완전한 백신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수현(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전임의도 “자궁경부암 및 각종 질병을 예방하려면 남녀 70% 이상의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인들에 대한 백신 접종 비용 지원이 전무한 것도 문제다. 이기헌(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센터장은 “고가의 백신 접종 비용도 HPV 백신 접종률이 낮은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성인은 비급여 항목인 HPV 백신의 접종 비용을 본인이 직접 지불해야 한다. 심평원이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HPV유형에 대한 항체를 가진 가다실9의 2020년 1회 접종 비용은 병원에 따라 119,686~260,000원이었다. 이마저도 백신을 공급하는 한국 MSD가 가다실9의 가격을 15% 올렸다. 즉, 3회 접종이 권장되는 성인이 백신 접종받기 위해선 대략 60~7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정 교수는 “국가의 경제적 여력을 고려해 접종 지원 대상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걱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2017년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가 진행한 HPV 백신 미접종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료 접종 지원 사실을 알면서도 접종하지 않은 응답자 중 73.5%가 백신의 부작용을 걱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려와는 달리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은 매우 적다고 말한다. 질병관리청이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으로 국가예방접종 도입 후 여성 청소년에게 약 180만 건의 HPV 백신을 접종했지만, 이상 반응 신고는 122건(0.007%)밖에 되지 않는다. 122건의 부작용도 접종 부위 통증, 부어오름과 두드러기, 긴장으로 인한 일시적인 실신 등이 대표적이었다. 대부분 치료 없이 빠르면 수분 내, 늦어도 수일 내에 회복됐다. 정 교수는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으로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HPV 백신이 보편화되기 위해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백신에 대한 인식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전임의는 “성 경험의 시작 나이가 빨라진 만큼 국가 백신 무료 접종 시기를 12세에서 11세로 낮추거나 접종 대상을 남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며 “인식 개선을 위해선 성교육 및 HPV 백신 관련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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