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자와 함께하는 시사한잔> ‘척’했던 스타벅스 (한성대신문, 571호)

    • 입력 2021-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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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11-11 12:08

‘메뉴 2개 시켰는데 322번째로 2시간 기다려서 받아왔다’, ‘선착순으로 준다는 말에 세수도 안 하고 뛰어갔다 왔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이하 스타벅스)가 지난 9월 28일 진행한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에서 ‘리유저블 컵’을 받은 사람들의 SNS 게시글 내용이다.

리유저블 컵 데이는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과 세계 커피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스타벅스는 이날 주문 음료를 리유저블 컵에 담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행사 당일 고객이 몰려 음료를 받는 데 장시간이 소요됐고, 결국 고객이 가져가지 않고 쌓인 음료와 컵을 전량 폐기해야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가 과도한 마케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혁(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리유저블 컵 행사는 다소 아쉬운 점이 많은 마케팅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스타벅스는 ‘그린워싱(greenwashing)’ 논란에 휩싸였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환경친화적인 양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행사에 참여한 고객들은 다회용 컵을 나눠주는 행사가 환경을 위한다는 점에서 음료를 구매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리유저블 컵은 재사용 컵이라는 뜻과 달리 사용 권장 횟수가 20번 내외다. 뿐만 아니라 컵의 소재인 ‘폴리프로필렌(PP, polypropylene)’은 일회용 배달 용기로 사용되는 일반 플라스틱이다. 행사에서 제공된 컵은 화학 잉크로 그림과 글씨까지 새겨져 재활용도 어렵다.

환경운동연합은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스타벅스를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긴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은희(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친환경 행사가 소비자를 이끌기 위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환경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결과가 환경친화적인 행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스타벅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이유로 ‘개인컵 음료 제공’을 금지한 상태에서 해당 행사가 진행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스타벅스에서 나눠준 컵을 스타벅스에서 쓰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스타벅스 측은 해당 논란을 인식한 듯, 행사 다음 날인 29일부터 개인컵 음료 제공을 허용했다.

그린워싱 논란과 함께 근로자 처우가 미흡한 스타벅스의 모습도 드러났다.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직원들은 트럭 시위를 벌이며, ‘두 얼굴의 마케팅’을 멈추고 ‘직원 처우’를 개선하라고 주장했다. 사측이 매장의 인력 상황은 무시한 채 소비자가 몰리는 행사를 멈추지 않았다는 말이다. 1999년 국내 1호점이 생긴 이래로 노동조합도 설립하지 않았던 스타벅스 근로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교수는 “직원은 기업의 내부 고객으로, 만족한 내부 고객이 최종 고객인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근로문화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최종적인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고객 만족의 기본 원칙을 강조했다.

스타벅스는 ‘지역사회에 환경적으로 기여하고, 지구촌의 기후변화를 방지하겠다’, ‘파트너는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다. 지난 트럭시위 이후 채용확대, 매장 직원의 임금 체계와 직원 휴게 공간의 개선 등을 포함한 공식 입장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최근 ESG 경영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 소비자, 직원과 함께 상생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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