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성북 02번 마을버스와 승객들 (한성대신문, 571호)

    • 입력 2021-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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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10-25 00:00

우리 학교엔 항상 고마운 마을버스가 있다. 바로 성북 02번 버스다. 한성대입구역에서 십여 분을 걸어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 오롯이 성북 02번 버스만이 우리를 학교로 데려다 준다. 학교 정문까지 들어오는 버스는 우리 학교를 방문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한성여중·여고로 향하는 이들에게 모두 유용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는, 매일 아침 많은 사람들이 성북 02번를 이용했고 버스 내부는 콩나물시루를 이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성북 02번 버스는 누군가를 태우고 달린다. 바로 우리 학교의 교직원들, 일부 학우들, 그리고 격주로나마 등교하는 한성여중·여고 학생들이다.

성북 02번 버스는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의 마을버스다. 준공영 및 공영 체제인 시내버스나 지하철과 달리, 운영상 적자를 기록해야 서울시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마을버스 이용객은 1년 사이 27% 감소했다. 승객 4명 중 1명이 줄어든 꼴이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마을버스 요금은 성인 기준 900원으로, 요금은 6년째 동결된 상태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에 운수업체들은 ‘감차’라는 대안을 내세웠다. 노선 운행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이는 적자 위기에 몰린 운수업체의 고육지책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요금인상이 있지만, 요금인상은 정치인들도 언급하지 않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감차가 지속된다면 배차 간격이 증가해 시민의 불편만 가중될 뿐이다. 요금인상에 대해 시민들의 인식을 제고할 시기가 됐다. 궁극적인 해결은 팬데믹 종결로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의 수가 이전처럼 회복되 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 끝이 보이진 않는다.

아무리 비대면 체제가 일상이 됐더라도 모든 일이 화면 속에서 이뤄질 수는 없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직접 배워야 할 것이 있고, 온라인 주문을 모르는 노년층은 장을 보 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서야 한다. 결국 대면 업무가 필요한 사람들에 의해 작금의 마을버스가 연명할 수 있는 것이다. 팬 데믹 탈출의 유일한 방법인 백신 접종은 언제 끝날까. 접종이 끝난다는 올 가을엔 다시 학우들의 얼굴을 직접 웃으며 보게 되길 희구한다. 낙산 자락에 오르는 성북 02번 버스에서 말이다.

김준원(인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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