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한성문학상 - 소설 부문 심사평> "전반적으로 상당한 수준"

    • 입력 2021-12-06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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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12-06 01:32

김성달(한국소설가협회) 소설가

36회째를 맞고 있는 한성문학상 현상공모전의 소설 부문 응모작들은 전반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이른 작품이었다.

「어린 양」은 곳곳에 날카로운 표현이 있고 비판 정신이 살아있으나, 사건의 얼개가 미숙하여 균형을 잃은 점, 형상화의 객관성을 얻기 위한 창작의 개념이 아직 부족한 글이라 아쉽다.

「낙타」는 니이체 사상을 음미해 알레고리를 그렸지만 플롯이 서지 않았고 핍진성도 떨어져 몽상의 편린으로 되었다.

「삭망」은 성민의 죽음을 빈소 풍경 중심으로 잘 모았다. 취준생과 젊은이들의 고통을 다룬 주제의식도 좋았으나 몇몇 애매한 서술들이 아쉬웠다.

「나는 그냥 별 일 없이 잘 산다」는 플롯은 비교적 잘 섰으나 이야기의 유기성이 허술해 형상이 깊이 파이지 못했다. 냉소적인 문장은 이채롭다.

「나는…」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 19) 사태로 생존 불능 경계까지 내몰리는 가족의 모습을 잘 그렸다. 고통을 응시하는 진지함이 돋보인다. 비교적 숙련된 문장이었지만 곳곳에 허점도 보이면서 완성도의 결핍으로 이어지는 아쉬움이 컸다.

「망령」은 이복 오빠의 혼이 아들에게 씌었을지도 모른다는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해 이복 오빠의 혼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작품으로, ‘죄책감이 삶을 찔렀다’ 와 같은 문장으로 결핍된 상황과 정서를 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암울하지만 담백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쉽지 않은 개성이 좋으나, 이야기 짜임새 부족이 아쉬웠다.

「추운 겨울은 희망」은 일종의 치유 환상 수기다. 이런 시도는 게임에 익숙한 세대의 글쓰기일 듯하다.

「새 신발」은 고교 3학년 여학생을 화자로 내세운 작품으로 약간 소품적인 요소가 보이지만 완성도가 아주 뛰어나다. 몸에 꼭 맞는 세련된 옷을 보는 듯하다. 마무리 반전도 효과를 높였고, 정확한 단어 구사와 구성으로 리얼리티를 잘 살리고 있다.

「어느 재단사에게」는 휴학생인 21세 화자가 코로나 19 시국이지만 답답해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심리묘사가 좋고 솔직함이 매력을 높인 글이지만 사건의 얼개가 좀 느슨한 것이 흠이었다.

이처럼 저마다의 특징을 가진 글 가운데 구성의 기본인 등장인물 묘사 능력, 배경과 소재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능력, 사건의 얼개를 짜는 솜씨, 작가가 가진 상상력과 문제의식과 사색의 깊이, 정확한 표현력과 개성을 살리는 능력 등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새 신 발」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자께 축하드리며, 응모하신 분들의 지속적인 정진을 빈다.

김성달(한국소설가협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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