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자와 함께하는 시사한잔> 시급한 중국 혐오 해독제 (한성대신문, 575호)

    • 입력 2022-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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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3-06 22:42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베이징 2022 올림픽(이하 올림픽)’이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국내에서는 올림픽을 두고 ▲한복공정 논란 ▲편파 판정 ▲도핑 스캔들 ▲빙질 문제 등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오가면서 반중 정서가 불거졌다. 국내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중국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들 역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의 SNS에 악성 댓글을 남기는 등 응수했다.

국내 반중 정서의 특징으로 20대의 고조된 반중감정이 꼽힌다. 지난해 11월 현대중국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하남석(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등이 발표한 ‘한국 청년 세대의 온라인 반중 정서의 현황’에 따르면, 해당 세대에서는 반중감정이 반일감정보다 높게 나왔다. 하 교수가 2018년 실시한 ‘한·중·일 대학생들의 상호인식’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 청년들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5점 만점의 2.14점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중국과 관련한 부정적 정서를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데에 언론의 받아쓰기식 보도가 한몫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양국의 네티즌이 올린 글을 가감 없이 그대로 보도한 점이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최필수(세종대학교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주요 일간지의 기사가 ‘어떠한 악플을 달았다’는 제목으로 보도된다”며 “언론은 클릭 수에 따른 이득을 얻어내기 위해 선정적인 보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도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과대 보도하는 언론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논란을 부추기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역시 말을 얹어 혐오의 불씨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후보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국민의 반중 및 혐중 정서를 부추기는 발언을 뱉어냈다. 원동욱(동아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는 “정치권은 인권과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며 중국에 지속적으로 발신할 필요가 있으나 국민의 반중 혹은 혐중 정서를 확대하고 재생산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비판적 인식이 아닌 혐오는 양국 정부 차원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 교수는 “중국에 대한 반감은 이성적 비판을 넘어 중국이라는 국가는 물론이고 개별 중국인에 이르기까지 묻지마식 혐오로 증폭돼 왔다”면서 “현 상황이 극복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여태껏 쌓아온 양국 간의 협력 파트너십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욱연(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 역시 “중국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존중돼야하지만 지금의 중국 혐오는 건설적 비판을 넘어 무조건적인 혐중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라며 “부정확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혐오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한중관계를 위해서라도 혐오의 확산만큼은 막아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통상국가로서의 국익 고려’, ‘다문화 사회로의 도약을 위한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강조했다. 원 교수는 정부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당이나 지자체, 기업, NGO, 언론, 대학 등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협력 생태계 구축 ▲한중 공동의 방송 및 신문, 대학 및 연구소 등 공동 프로그램 모색 ▲한중 청년 세대의 정기적 대화 및 교류 협력 등을 민간 차원에서 치닫고 있는 양국의 혐오 문제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또한 하 교수 등이 발표한 주요 정책 방안을 살펴봐도 ▲민간 시민단체의 온라인 한중교류 활동 활성화 ▲‘캠퍼스 아시아’ 프로젝트 확대 및 사이버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 신설 ▲한중 간 허위보도 불식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이 반중정서 심화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돼 있다.

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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