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강, 코로나 시국에 던져진 난제 (한성대신문, 577호)

    • 입력 2022-04-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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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4-25 00:01

코로나19 학습권 침해 불거져

불가피한 결석에도 대안 부족

단순 보강자료 제공 역시 문제

학생 현실 반영한 매뉴얼 필요

도울 ‘보(補)’, 익힐 ‘강(講)’. 결강이나 휴강 따위로 발생한 수업 공백의 보충을 보강이라 한다. 이는 불가피하게 수업을 듣지 못했을 경우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수단이다. 그러나 그동안 유고결석*은 인정되더라도 이에 대한 별도의 보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대학가의 현실이다. 이에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결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띠라 보강과 관련한 학습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는 보강과 관련한 대학 사회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자 수도권 4년제 대학교 71개**의 ‘보강 운영 여부’와 ‘보강 관련 학칙 존재 여부’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 중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보강이 시행되지 않는 학교는 24개, 교수 재량에 따라 시행되는 학교는 28개다. 또한, 대면 수업을 녹화해 제공하는 등의 보강을 진행하고 있는 학교는 19개였다. 서울 소재의 A 대학교 학사팀 관계자는 “수업을 맡은 교수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 필수적으로 보강을 하고 있지만, 학생 개인의 상황에 맞춰 보강을 시행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본지는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보강 수업 설문조사’도 시행했다. 본 설문조사는 4월 6일부터 15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322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학생들은 결석에 따른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과반 이상이 보강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결석한 경우 보강이 의무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문항에는 전체 응답자 322명 중 239명(74.2%)이 ‘예’라고 응답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결석한 경우 보강을 제공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126명 중 77명(61.1%)이 ‘아니오’라고 답했다.

교수들 역시 불가피한 결석으로 야기되는 학생의 수업 공백은 메워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현철(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 교수는 “1~2주만 결석해도 강의 진도 등 수업의 전반적 이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일 수업이 여러 주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면 더욱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학은 학생 개개인의 사정에 일일이 맞춰 보강을 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서울 소재의 B 대학에서는 “일부 학생을 위해 사후에 보강을 운영하는 것은 시간과 부담이 크다 보니 진행이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C 대학에서는 “당일 수업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일부 대학에서 보강 대신 시행하는 수업자료 제공이 수업 결손을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은 ‘수업자료만으로 수업내용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다’, ‘교수님께서 PPT를 가리키면서 수업하시는데, PPT만 봐서는 어느 부분을 설명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라는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연성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현재 졸업반이라 실습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론적인 면에서 보강자료는 충분했지만, 실무적인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강의 질적 문제 역시 추가로 해결돼야 할 문제다.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은 ‘실시간 수업만큼의 현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수업내용을 질의할 때 불편하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단국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은 “실시간 수업에서는 질의응답이 쉽게 이뤄졌는데 보강에서는 쉽게 질문을 할 수 없어 불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단순히 수업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보강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일부 교수의 전언이다. 김회용(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때 사용되는 수업자료는 공적인 자료라고 생각한다. 수업자료의 공유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학생이 직접 보강을 요청해야 하는 일부 대학의 시스템도 지적됐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은 보강을 듣기 위해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각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에게 연락’이라고 답한 49명의 학생 중 37명(75.5%)이 교수에게 보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부 학생은 교수에게 결석에 대한 보강을 직접 요청하는 것이 꺼려진다고 덧붙였다. 한경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은 “교수님께서 따로 강의를 올려주시지 않는 이상 보강을 들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교수님께 문의하기 어려워하는 학생은 다음 수업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과제를 놓친다”고 전했다.

한편, 전수조사에 따르면 71개 대학 중 보강과 관련한 학칙이 존재하는 대학은 전무했다. 제도적으로 수업 공백을 메꿀 수 있는 방법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학생의 진정한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강을 학칙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 일부 교수들의 의견이다.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보강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대학은 코로나19와 유사한 비상 상황 발생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교육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며 “보강을 진행하는 것이 학생의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고결석 : 특별한 사정이나 사고로 인하여 결석하는 것을 의미하며, 불가피한 사유로 결석을 해야 할 경우에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

**수도권 4년제 대학교 71개 : 『고등교육법』 제 2조에서 규정하는 ‘대학’, 산업·전문·원격·기술대학과 각종학교를 제외한 범주이며, 이원화 캠퍼스는 본교와 동일한 대학으로 간주하고 분교는 본교와 상이한 대학으로 처리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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