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대학언론을 지켜야 한다 (한성대신문, 578호)

    • 입력 202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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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5-15 23:08

“비판 논조의 기사라면 인터뷰하지 않겠습니다”, “기사 방향은 저희가 드린 자료대로 작성해주세요”, “발행 전 완성된 기사를 확인하겠습니다”. 대학언론인이라면 매 취재마다 듣는 이야기일 것이다. 학생 신분으로 활동하는 기자들은 언론자유의 실현은커녕 제대로 된 답변 하나 듣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대학언론의 자유’는 지켜지지 못하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대학언론이 명목상 소속 대학의 산하기구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학보의 발행인은 총장이고 편집인겸주간은 교수다. 하지만 대학언론의 견제 대상 중 하나가 대학본부인만큼, 당연히 대학언론은 대학의 부정적 이슈에 더 날을 세우는 ‘하극상’의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대학은 그들의 대내외적 이미지와 위신을 우려하니 서로 갈등을 빚는 일은 부지기수다. 특히 대부분의 발행 예산을 대학본부에서 관리한다는 점을 무기로 삼아, 학보사를 윽박지르는 경우도 타학교의 사례를 찾아보면 그리 드물지 않다. 더욱이 악의적으로 대학언론의 기능을 마비시켜 ‘대학언론’이라는 명패만 걸고 있는 학보사도 수두룩하다.

이러한 바람 앞 등불과 같은 대학 내의 언론자유를 공고히 할 방법을 찾기 위해 지난 4월 2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대학 내 언론자유 실현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진행됐다. 윤영덕(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대학언론인네트워크, 그리고 쿠키뉴스에서 공동으로 주관한 본 토론회에서는 대학언론 탄압 실태를 짚어보고, 제도 및 정책적 관점에서 대학 내 언론자유를 실현할 방법과 개선 및 보완점이 모색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대학언론인은 “총학생회와의 협업 및 연대를 통해 대학언론의 부흥을 꾀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대학본부라는 거대 조직에 맞서 학생기구끼리 힘을 합치자는 그 저의는 이해하나 이는 독이 든 성배나 진배없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일컫는 이 말은 흔히 정치와 언론을 표현할 때 쓰인다. 물론 대학사회 내의 총학생회와 대학언론 사이에서도 이 금언은 적용된다. 대학언론은 학생자치기구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감시·견제한다. 만약 학생대표들과 끈끈한 연대 관계를 형성한다면 제대로 된 비판은커녕 ‘슬리핑독’이나 ‘가드독’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또 다른 대학언론인은 “학내 유명인을 활용한 SNS 마케팅으로 대학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리는 있다. 대학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하루가 다르게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학사제도 개편 혹은 수강신청 오류 등 학내 이슈를 ‘제대로’ 다룬 기사가 발행되면 학보에 대한 관심도는 눈에 띄게 높아진다. 언론으로서 기능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언제고 다시 찾을 수 있는 영광을 굳이 외부 요인에 애소할 정도로 대학언론의 현재는 초라하다.

대학언론의 수장들조차 이토록 대학언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실에 본인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렇듯 언론의 역할을 잃어가는 대학언론이 시나브로 늘어가고 있다. 일부 대학언론의 경우, 이미 소속 대학의 홍보팀 정도로 전락한 경우도 허다하다. ‘대학언론이 위기다’라는 말은 10년, 어쩌면 그 이전부터 지속됐다. 이제는 정말로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꺼져가는 대학언론을 되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신혜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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