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사이드> 무쇠도 간다는 20대, 허리 건강은 지금부터 (한성대신문, 582호)

    • 입력 2022-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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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0-16 23:47

오랜 시간 앉아 공부를 하다보면 찾아오는 허리 통증, 대학생에게는 꽤나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비교적 일상적인 통증이라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게 되지만 이러한 통증은 자주, 그리고 오래 일어날수록 ‘허리디스크’로 발전할 위험성을 가진다. 무엇보다 최근 현대인의 생활습관에 의해 허리디스크를 앓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허리디스크 진료 인원은 2009년 165만여 명에서 2013년 196만여 명으로 18.4% 증가했다. 특히 20대는 허리디스크 요양급여비용총액(총진료비)가 2017년 300여억 원에서 2021년 372여억 원으로 24% 늘어났다. 실제로 박상민(서울대학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3차 의료기관으로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 층의 환자가 많지 않은데, 최근 5년 새 젊은 층의 환자 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허리디스크라는 말은 사실 정식 명칭이 아니다. 흔히 허리디스크로 불리는 질환의 정식 명칭은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다. 여기서 ‘추간판’을 지칭하는 의학용어가 디스크(Disc)인데, 아마도 ‘허리디스크’라는 말은 여기에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요추 추간판 탈출증은 어떻게, 그리고 왜 발생하는 것일까.

추간판은 척추 사이에 있는 편평한 판 모양의 물렁뼈로, 척추의 운동과 충격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서 추간판은 ‘수핵’으로 이뤄진 내부와 ‘섬유륜’으로 이뤄진 외부로 구성된다. ‘수핵’은 젤리와 같이 찐득찐득한 젤라틴성의 물질이다. 수핵은 방석과 같이 우리 몸의 체중을 분산하고 압력을 흡수하는 역할을 맡으며, 수분이 풍부한 상태일 때 기능이 가장 좋다. 이를 타이어처럼 둥글게 감싸고 있는 것이 ‘섬유륜’이다. 다시 말해, 추간판은 찹쌀떡의 앙금 부분을 맡는 ‘수핵’과 찹쌀 반죽 부분의 ‘섬유륜’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추간판은 체중, 즉 압박력이 수핵으로 전달되면서 생기는 압력을 섬유륜의 두꺼운 섬유가 방어함으로써 수핵이 누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압력이 과도하게 작용할 경우 찹쌀떡이 터져 앙금이 새어 나오듯, 수핵이 섬유륜을 비집고 나와 신경근을 압박하며 발생하는 것이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다.

이러한 병증은 보통 추간판의 노화로 인해 수핵의 수분량이 감소하고, 섬유륜의 탄력성이 떨어져 발생한다. 척추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성장을 마치고 그 이후부터 퇴행성 변화(노화)가 시작되는데, 이는 자동 차 타이어를 오래, 자주 사용했을 때 마모되는 것과 같 은 원리이다. 박시영(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말랑말랑하던 찹쌀떡이 말라비틀어지면 더 작아지고 쉽게 부서지듯, 추간판도 퇴행성 변화에 따라 간격이 좁아지고 충격에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젊은 층에서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장시간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앉아서 보내는 하루 평균 시간이 가장 긴 연령대는 남녀 모두 20대였다. 앉은 자세는 서 있는 자세와 비교했을 때 허리가 구부러진 자세가 유지되기 때문에, 앉은 자세를 오래 유지할수록 척추 골격이 구부정하게 변형된다. 척추의 형태는 본래 측면에서 봤을 때 S자에 가까워 효과적으로 체중을 분산한다. 그러나 이것이 자세 등을 이유로 등 쪽으로 구부정한 C형 후만 곡선으로 변형되는 것이다. 이러한 후만 곡선에 대해 이정희(경희대학교 경희의료원 정형외과) 교수는 “정상적인 하중 전달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취약한 뒤쪽으로 요추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하기 쉽게 만든다”고 전했다.

이러한 요추 추간판 탈출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시간 앉아 있을 때 다리를 꼬고, 허리를 굽히는 등의 부적절한 자세가 반복될수록 추간판의 노화가 촉진된다. 따라서 평소 의자에 앉을 때 깊숙이 앉아 엉덩이를 등받이에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되도록 허리를 똑바로 펴고 요추가 곧은 활처럼 펴지는 전만의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때 전만의 자세란 등은 뒤로, 허리는 앞으로 온 모양을 뜻한다. 이에 더해 오성균(원광대학교 산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의 퇴행성 변화는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미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공부만 하는 것은 피하고, 1시간마다 10분씩 가벼운 스트레칭 등을 통해 추간판을 휴식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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