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영합니다! 엉터리 상담소에 오신 것을 (한성대신문, 583호)

    • 입력 2022-11-0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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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1-07 07:40

“평소 자위 좀 하세요?” 한 심리상담사가 내담자에게 심리상담 당시 뱉은 말이다. 해당 내담자는 성폭력 트라우마를 사유로 상담사를 찾아간 상황이었다. 치료보다는 성희롱에 가까운 이런 질문은 심리상담에 대한 고차원적인 지식이 없는 기자가 보기에도 황당하다. 환자의 정신적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자격미달’ 심리상담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 분석」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대 우울증 환자 수의 증가율은 127.1%로 전 연령 중 가장 가파르다. 이들 세대가 우울증으로 도움을 청할 곳은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나 사회 곳곳의 심리상담센터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기록이 남아 후일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오해가 남아있다. 청년층이 전문의료기관을 거부하고 민간 심리상담센터로 발길을 옮기는 이유다. 실제로는 항공기 조종사와 같은 특수한 직업을 지망하지 않는 한 정신과 진료기록은 아무 불이익을 제공하지 않는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들을 상대할 심리상담사의 자격 관련 법안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물론 국가가 아주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국회에 『심리사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심리사의 학위, 실무수련 등을 비롯해 국가시험까지 언급하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동안 심리·상담과 관련한 민간자격증은 최근 5년 동안 매년 평균 486개씩 신설되고 있다. 정녕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자격증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상담센터를 찾은 내담자가 엉터리 자격증을 가진 상담자를 마주칠까 두려울 뿐이다.

물론 막무가내로 법안을 제정하는 것은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 심리상담센터에까지 직격탄으로 다가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들을 품을 수 있는 세심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가령 국가에 의해 상담사 자격조건이 강화돼 자격을 상실하면, 국가가 상담사 자격 취득을 위한 훈련을 제공할 수도 있다. 또한 현존하는 민간 자격증의 등급을 구분해 높은 등급의 자격증은 취득 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헌법』은 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말한다. 국민의 행복 수준을 증진시키기 위해 국가는 이제부터라도 관련 법안 제정에 힘써야 할 것이다.

장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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