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간편결제, 내 손 안의 첨단 마법사 (한성대신문, 584호)

    • 입력 2022-12-0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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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2-06 20:12

바야흐로 지갑 없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삼성페이’를 필두로 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나날이 위세를 넓히고 있다. 이들은 카드나 현금을 소지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등을 통해 마치 카드처럼 결제할 수 있다는 막강한 편리함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하루 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적은 2019년 약 1,007만 건, 3,171억 원 규모였으나 2021년 약 1,981만 건, 6,065억 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더불어 국내에서도 올해 안으로 ‘애플페이’가 시범 서비스될 것으로 예상되며, 다시 한번 간편결제에 대한 관심이 불타오를 것이라 짐작된다. 손치부(금융결제원 금융결제연구소) 팀장은 “간편결제 서비스는 국내외 빅테크(Big-Tech) 사업자, 핀테크 기업뿐 아니라 기존 금융회사도 플랫폼 기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생활 밀착형 금융 서비스 중 가장 기본적인 유형”이라고 말했다.

간편결제 서비스란 ‘온·오프라인 상거래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결제하는 전자 결제 서비스’를 통칭한다. 이는 모바일 등을 기반으로 한 금융 서비스, 금융과 기술을 아울러 한 단어로 합친 핀테크(FinTech)의 일종이다. 과거에는 모바일과 PC를 이용해 결제할 때, 공인인증서나 일회용 비밀번호인 OTP(One-Time Password) 등을 매번 입력해야 했다. 그러나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은 스마트폰에 카드 정보를 한 번만 입력해두면 지문 인식 혹은 비밀번호 등의 간단한 인증과정만 거쳐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간편결제 서비스는 오프라인 결제방식에 따라 ▲앱카드(QR코드, 바코드) ▲MST ▲NFC 방식으로 분류된다.

‘앱카드’란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설치해 카드 정보를 저장하는 결제방식이다. 주로 카드사에서 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결제 과정에서 간단한 인증만 경유하면 QR코드와 바코드를 이용해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손 팀장은 “QR코드를 이용한 결제방식은 QR코드를 생성 및 제시하는 주체에 따라 고객 제시형(CPM)과 가맹점 제시형(MPM)으로 나뉜다”며, “QR코드 정보의 변동 여부에 따라 고정형과 변동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QR코드와 바코드는 빛의 흡수와 반사를 통해 정보를 인식한다. 바코드는 검은색과 흰색의 선형으로 이뤄져 있지만, QR코드는 흑백의 격자무늬 패턴을 띈 형태이다. QR코드 각 모서리에는 유독 큰 정사각형이 있는데, 이는 ‘위치 찾기 심볼’이다. 방향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정사각형들은 상하좌우 어느 방향에서든 QR코드가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는 바코드보다 발전된 형태다. 또한 나머지 작은 사각형인 ‘셀’은 검은 점과 흰 여백을 통해 데이터를 저장하게 된다. 이러한 QR코드의 작동 방식 자체는 바코드와 동일하다. 적외선 센서를 통해 코드를 인식하면 검은 영역은 약한 빛으로 반사되고 흰 영역은 강한 빛으로 되돌아간다. 컴퓨터는 이를 0과 1의 2진법로 변환해 정보를 읽어낸다.

QR코드는 바코드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어 간편결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바코드가 1차원이라면, QR코드는 가로와 세로를 분할해 21×21부터 177×177개의 숫자를 저장할 수 있다. 또한 QR(Quick Response)이라는 의미처럼 즉각적인 반응속도도 가지고 있다. 이왕상(경상국립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는 “QR코드는 바코드보다 시장 확장성과 활용도가 높아 최근 많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현재 삼성페이를 중심으로 사용되는 자기장을 이용한 결제방식, ‘MST’ 기술을 알아볼 차례다. 이 기술의 명칭은 마그네틱 보안 전송(Magnetic Secure Transmission)의 약자다. 더불어 삼성이 미국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하면서 얻게 된 첨단 기술이기도 하다. 한때 MST 기술과 유사하게 자기장을 이용한 결제방식인 WMC(Wireless Magnetic Communication) 기술을 이용한 ‘엘지페이’가 운영됐으나, 현재는 엘지의 스마트폰 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사장된 상태다.

MST 기술은 마그네틱 카드를 스마트폰에 이식한 기술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마그네틱 카드는 카드 뒷면의 마그네틱 선을 긁어 결제정보를 읽는 방식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결제카드가 채용하는 방식이다. MST 기술은 바로 이 마그네틱 카드의 역할을 스마트폰이 모방하는 것으로,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마그네틱 카드를 결제 단말기에 긁으면 결제가 완료된다. 이는 마그네틱 카드 뒷면의 검은색 마그네틱 선을 이용한 방법이다. 여기에는 자석의 N극과 S극이 0과 1의 2진법 배열로 나열돼 카드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이 카드를 코일이 감겨 있는 카드 단말기의 홈에 넣고 긁으면 이 과정에서 ‘전자기유도’가 발생해 카드 속 정보를 읽어내는 것이다.



▲전자기유도에서 자석의 N극이 코일 위쪽으로 접근하면 자석에 의한 자기력선을 방해하는, 즉 반대 방향인 B→G→A의 방향으로 전류가 흐른다. 이때 코일이 멀어지면 자기력선이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류는 A→G→B로 흐르게 된다. [사진 출처 :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전자기유도는 자석을 이용해 전류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는 전선을 감은 코일 속에 자석을 빠르게 접촉시키면 전류가 흐르는 원리를 이용한다. 전기가 통하는 물체 주변에서 자기장의 변화가 일어나며 전압이 유도돼 전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마그네틱 선의 자석이 카드를 긁는 과정에서 단말기의 코일과 반응하고, 이때 발생한 전기 신호로 카드의 정보를 해석하고 결제정보를 보낸다.

MST 기술은 스마트폰이 생성하는 자기장을 이용해 전자기유도 현상을 발생시킨다. 이 방법은 마그네틱 선 대신 스마트폰 내에 있는 MST 코일을 이용해 자기장을 생성한다. 이를 코일이 있는 결제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전자기유도 현상이 발생하면서 카드 정보를 단말기가 인식한다. 이 교수는 “MST 기술은 마그네틱 카드를 긁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자기유도 관점에서 보면 자기장을 이용해 신호를 보내는 동일한 방식”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MST 기술은 국내 범용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마그네틱-IC 혼용 카드의 보급 비율이 높은 만큼, 마그네틱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MS 리더기가 널리 보급돼 있기 때문이다. MST 기술은 MS 리더기로도 결제를 진행할 수 있기에 별도로 기기를 구비할 필요가 없다. 손 팀장은 “가맹점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없는 MST 기술은 국내에서 범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계적으로 마그네틱 카드의 사용이 줄어듦에 따라, 간편결제는 점차 NFC 방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해가는 추세다. 마그네틱 카드는 카드의 정보를 쉽게 복제하고 변조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어 보안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교수는 “마그네틱 카드가 사실상 국내에서만 한정돼 사용되고, 해외에서는 마그네틱 결제가 어려운 만큼 NFC 결제방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NFC는 일종의 주파수를 이용한 무선통신이다. 근거리 무선통신(Near Field Communication)은 두 기기가 접촉하지 않고도 13.65MHz(메가헤르츠) 주파수를 이용해 10cm 거리 내에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러한 NFC 기술은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 데이터를 읽고 보내는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NFC 기술은 교통카드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RFID’에서 확장됐다.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도 전자기유도를 이용한 통신 방법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교통카드를 예로 들어보자. 교통카드에는 안테나 역할을 하는 코일과 반도체 칩이 들어 있으며, 요금처리기에도 마찬가지로 코일과 안테나가 포함돼 있다. 이때 요금처리기에 전기가 공급되면 하나의 자석이 된다. 여기에 코일이 있는 카드를 가져다 대면 전자기유도 현상을 통해 처리에 필요한 전류가 공급되면서 안테나 간 통신이 이뤄진다. 이 교수는 “여러 종류의 RFID 기술 중 근거리에서 동작하는 기술을 확장한 것이 NFC로, RFID보다 수신 거리는짧다”고 설명했다.

NFC를 이용한 간편결제 원리도 상술한 RFID와 비슷하다. NFC 리더기는 지속적으로 13.65MHz의 신호를 보낸다. NFC 칩과 코일이 내장된 스마트폰을 리더기에 가져다 대면 전자기유도 현상이 일어나 간편결제가 진행된다.

NFC는 거리가 멀어지면 신호가 약해지는 특성 때문에 오히려 보안성이 높아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다만, 결제를 위한 전용기기가 필요하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현재 일부 간편결제 서비스가 국내에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다. 손 팀장은 “최근 국내에 도입되고 있는 ‘구글페이’. 애플페이 등 글로벌 브랜드의 간편결제 서비스 역시 막강한 플랫폼 파워와 편리한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비접촉 결제서비스에 필요한 NFC 리더기 등 가맹점 결제 인프라 구축은 시장에서 범용적인 결제서비스로 자리 잡는 데에 큰 장애물”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도 NFC 방식의 결제가 확대되고 있으며 간편결제 기술은 더욱더 발전할 것이라 전망했다. 손 팀장은 “특정 IT기술이 적용된 간편결제 서비스의 활성화는 도입국가의 결제시장 문화와 환경에 따른다”면서도 “결제수단은 기술과 문화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특성이 있다. 무선통신 등 IT기술의 발달과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 산업 혁명 기술이 발달하고, 발전된 기술이 실제 생활에 다양한 서비스로 도입되고 있는 시점에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한 개인 고객 및 결제 사업자의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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