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성문학상에는 총 40명의 투고자가 200편이 넘는 작품을 투고하였다. 규모로 보면 예전에 비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이 시를 쓰고 읽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가 대중들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한편으로 뿌듯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도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시이기는 하지만, 시는 문학의 한 장르이고 예술이다. 상식에 가까운 이 말을 굳이 하는 이유는 시를 처음 써 보거나 별로 써보지 않은 투고자들도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한 것을 시적 표현을 통해서 써낸 결과물이 시이다. 나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예년에 비해 눈에 드는 시들이 많았는데, 그만큼 훈련된 투고자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투고작들을 꼼꼼히 읽으며 1차로 선별하고 나니, 「박정」(최예현), 「방치」(김도경), 「달의 아이」(오유진), 「겨울의 끝」(정태빈), 「나의 집은 지구가 아니다」(전채연), 「내일 아침엔」(피상민), 「수석이 머무른 다음」(최정현), 「꿈이라 여겨지는 것에 대하여」(구승모) 등 모두 8명 투고자의 작품이 남았다.
이번 투고작의 특징 중의 하나는 산문적인 시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기성시인들의 시에도 산문적인 경향의 시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들을 그냥 추수하기보다는 그들이 왜 산문적인 경향의 형식을 택했을까 하는 고민이 좀 필요해 보인다. 「겨울의 끝」, 「내일 아침엔」, 「수석이 머무른 다음」, 「꿈이라 여겨지는 것에 대하여」를 맨 앞에 내세운 투고자들의 시에서 그런 경향이 강하게 보였다. 표현력은 좋았지만 다소 관념적이어서 시를 잘 쓴다기보다는 글을 잘 쓰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 외, 시 「박정」과 투고된 작품 중에 「고래의 죽음」, 「특별한 공생」 등이 하고자 하는 말을 시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1차로 선별한 8명 투고자의 작품 중에서 「방치」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오래 방치하면 조금씩 상하고 망가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관계’의 방치일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리고, “나는 벽에 붙어 / 혼자 몸을 비”빌 수밖에 없다. 시 「방치」에는 방치한 것에 대한, 방치한 ‘관계’에 대한 아쉬움이 차분하면서도 절절하게 드러나 있다. 다른 투고자들의 투고작품 중에서는 한두 편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면, 「방치」 투고자의 경우는 같이 투고한 다른 작품들도 좋았다는 말을 부기한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투고한 모든 분에게, 그럼에도, 건필을 기원한다.
강호정(문학문화콘텐츠학과, 시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