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한성문학상 - 소설 부문 심사평> 서술 전략의 힘

    • 입력 2022-12-0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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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2-19 12:26

아홉 편의 응모작 중 「가족」, 「친구」라는 범주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 작품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지난 2~3년간 우리의 삶을 지배하다시피 했던 전염병의 긴 터널을 지나 온 여파도 있을 것입니다. 소설은 삶을 반영한다는 평범하고도 변함없는 원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심사 기간은 작가 지망생들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설적 성과를 판단해야 하는 단계에서는 아쉬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소설의 성패는 무엇을 다루느냐가 아닌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과히 스토리텔링의 사회라 할 만큼 이야기가 넘쳐 나는 상황에서 내 소설이 그저 평범한 이야기로 전달될 것인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로 남을 것인지는 인물, 상황, 갈등 구조들을 어떻게 형상화해 낼 것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표현력에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설계를 했더라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표현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사입니다. 정확한 문장 구사력을 넘어 이야기를 끌어가는 서술 능력이 응모작들에서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판단되었기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서술자가 너무 말이 많거나 너무 과묵한 편일 때 소설로서의 매력은 반감합니다. 인물과 사건에 대한 정보량을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갈등 구조를 이끌어 나가는 능력을 기르는 훈련이 전반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미디어 스토리텔링과 소설은 그런 점에서도 분명하게 구별됩니다.

「낙타」, 「내 친구」, 「연애 좀 하고」, 「한담」 등은 인물과 상황의 설정, 갈등 구조의 생성 등의 측면에서 좋은 출발점을 보여 주었으나 독자를 깊이 끌어들이기에는 표현력이 약하다는 판단을 했는데, 그 일차적인 아쉬움은 정보량의 조정 문제에 있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보와 있어야 할 정보를 구별해서 제시하는 훈련을 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것입니다.
「목숨을 걸만한 여자」, 「토란국」, 「일백일의 바람」, 「매화의 가지」는 소설적 발상과 양식의 선택 측면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비극, 고백 소설, 판타지 등의 양식적 특성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읽는 재미를 주는 작품들이지만 그 발상들을 매력적인 이야기로 이끌어 나가는, 작가만의 서술 전략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당선작인 「월세 구하기」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돋보였습니다. 그 힘은 서술 전략에 있었습니다. ‘담담하게 바라보고 말없이 표현하기’가 그 전략입니다. 주인공은 말하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고도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 개의 에피소드를 이 전략을 통해 잘 엮어 나가고 있습니다. 자칫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들도 이 전략을 통해 잘 다스려 가고 있습니다. 좀 더 치밀한 갈등 구조. 특히 갈등의 해결 단계에 대한 고민이 더해진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될 것입니다. 좋은 능력을 잘 살려 정진하기 바랍니다.
여러 작품이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죽음들을 소설적으로 더 의미 있고 깊이 있게 다뤘으면 하는 당부를 마지막으로 전합니다.


김동환(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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