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와 나누는 정치 수다> 시민·당원 의견 모으는 ‘깔때기’ 필요한 정당 (한성대신문, 586호)

    • 입력 2023-02-27 00:00
    • |
    • 수정 2023-02-27 00:00

TV만 켜면, 신문만 펼치면, 쏟아지는 정치 소식을 100%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고민해본 적 없는 정치·법적 용어들이 난무하고, 어제의 소식을 알아야 오늘의 소식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많은 사람이 하나의 사안을 놓고 무궁무진한 주장을 내놓기에,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다. 정보의 수요자 입장에서는 ‘정치소식 길라잡이’가 필요한 시점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전당대회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새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될 예정이다. 당대표 후보 간에 벌어지는 설전, 각 후보의 당선 가능성 등 수많은 소식이 쏟아지는데, 정작 ‘전당대회’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전당대회가 무엇이기에 이렇게나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것일까.

‘전당대회(全黨大會).’ 온전할 전 자를 쓴다. 한 정당의 모든 일원이 모이는 자리라는 뜻이다. 전당대회는 정당의 최고의결기구다. 당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 ‘당의 헌법’인 당헌 개정, 특정 사안에 대한 당의 의견인 당론과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결 등이 이뤄지는 자리다. 그러나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처럼 대규모의 정당에서, 전 당원이 한 자리에 모여 표결을 진행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그렇기에 정당은 ‘대의원’을 두고, 이들이 당원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반 당원이 아닌, 대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전당대회는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통상 우리나라에서 전당대회라고 이야기하면 당대표 또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를 선출하는 자리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전당대회의 또다른 역할인 당론과 당의 정책에 대한 논의와 결정을 어떤 기구에서 대신하고 있을까. 당 소속 국회의원의 모임인 ‘의원총회’나 당대표와 더불어 당의 최종 의사결정에 기여하는 최고위원들의 모임인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고위 당직자나 공직자로 구성된 회의체보다, 더 많은 의견이 오갈 수 있는 전당대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임성호(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의 강령이나 구체적인 의제 등 당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한 논의와 결정도 전당대회의 대단히 중요한 역할임에도 등한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앞서 지적된 것처럼 모든 당원이 참석하는 전당대회는 현실적으로 불가하기에, 전당대회보다 작은 조직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각 지역구별로 정당이 결성한 ‘당원협의회’ 또는 ‘지역위원회’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직이 작을수록 당원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경미(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에 대한 당원의 참여도를 높이려면 당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소통의 구조가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속 작은 당원 조직에서의 의사결정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나 당원협의회, 지역위원회와 같은 당내 조직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의견수렴 과정은 충분히 거칠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여론조사나 정당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활용하면 된다는 말이다. 특히 여론조사와 같은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의견수렴 과정은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준한(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은 유권자 또는 당원의 요구에 반응성이 높아야 한다”며 “SNS, 홈페이지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당의 의견수렴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아래로부터의 의사결정 방식은 정당이 놓쳐서는 안 되는 지점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소지가 없다. 이 교수는 “전당대회에서 모든 당원의 의견을 물을 수는 없겠지만, 당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요식 행위가 된 부분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정상혁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