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유롭지 못한 프리랜서 (한성대신문, 587호)

    • 입력 202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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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3-27 00:00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프리랜서

피해 입어도 구제기관 마땅치 않아

법안 마련과 인식 개선 함께 가야





기업이 정규직보다 임시직 형태의 고용을 늘려 프로젝트나 업무를 처리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프리랜서를 포함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형태가 증가 중이다. 지난 2022년 장혜영(정의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500만 명가량 존재하던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 등 비임금**근로자는 2020년 700만 명을 넘으며 가파르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근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프리랜서의 사전적 정의는 ‘일정한 소속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현재 프리랜서에 대한 법적 혹은 학술적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어떠한 조직에 고용되지 않고, 프로젝트·기간별 계약을 맺어 기술이나 능력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독립 주체라는 사회적 공감대만이 형성된 상황이다. 반면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근로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뜻한다.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고용돼 근로를 제공함은 사용자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면서 사용자가 원하는 일을 수행한다는 의미다.

프리랜서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독자적인 업무 수행’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근로자와 달리 ‘일의 결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 도급계약, 용역계약으로 불리기도 하는 프리랜서 계약은 대체로 ‘일의 완성’ 혹은 ‘사무의 처리’를 목적으로 하기에 『민법』상 ‘도급’에 해당한다. 결과만을 약정(約定)했기 때문에 어느 시간에 일하든 상관없으며, 일의 진척 상황을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는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휴일·휴가, 육아휴직 등이 대표적인 권리다. 특히 ‘4대보험’으로 불리는 사회보험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프리랜서는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자’인 근로자가 아니기에,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때문에 프리랜서는 근로자와 달리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금액을 홀로 전액 부담하게 된다. 또한 사업주와 근로자를 가입자로 규정한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다. 최홍기(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현행 4대보험 체계는 노동관계를 중심으로 한 보험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오늘날 많은 구조적 문제점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해촉(解囑)증명서’의 발급도 프리랜서에게 골칫거리다. 해촉증명서란 계약이 종료됐음을 알리는 문서다. 프리랜서의 특성상 소득이 일정하지 않기에 전년도보다 소득이 줄었음을 증빙하려면 해당 자료가 필요하다. 건강보험료 산출이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해촉증명서의 발급이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니며, 통일된 기재 방식도 전무하다는 점이다. 발급 자체의 어려움이 프리랜서에게 부담스럽고, 이에 따른 건강보험료 과다 청구 가능성이 있어 프리랜서를 떨게 만든다.



해촉증명서뿐만이 아니다.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는 프리랜서가 절반가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서울지역 문화예술, 콘텐츠 분야 프리랜서의 노동실태와 권익개선 방안」에 따르면, 서울지역 문화예술, 콘텐츠 분야 프리랜서 582명 중 47.1%만이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계약서 미작성은 임금체불의 가능성을 현저히 증가시킴으로써 그 자체로 문제다. 송명진(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사무국장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구두계약 내용에 없는 일을 요구받거나, 비용 지급이 밀리거나 아예 돈을 떼이는 경우까지도 발생한다. 계약서 작성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계약서가 작성됐다 하더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프리랜서에게 불리한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는 불공정 계약서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박주영(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은 “계약서 작성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불공정 계약이 포함돼 그대로 적용된다면 훨씬 불리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프리랜서가 이토록 피해를 받아도, 현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마땅치 않다.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관련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소송 진행이 최선의 방법인 수준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이러한 소송조차 프리랜서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 않다. 소송에 들이는 시간·금액적 비용이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비대하기 때문이다.

우선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사업자가 용역계약의 종료 사실을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도록 함으로써 현 건강보험료 산출의 허점은 해소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실제로 2021년에는 이러한 취지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송 사무국장은 “해촉증명서를 발급하지 않는 업체도 있고 기재 방식도 통일되지 않아 프리랜서의 불편이 크다.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사업자가 용역계약의 종료 사실을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도록 함으로써 해당 사안은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계약서 작성에 있어서도 법적으로 작성 의무 및 표준계약서 마련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서 표준계약서란, 현재 정부가 업종별로 적절한 양식을 마련해 업계에 권고하고 있는 문서다. 박 부원장은 “계약서 작성 의무만을 법제화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존재한다. 나아가 계약상 권리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내용도 법제화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 활성화도 프리랜서가 처한 여러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다. 법률상, 프리랜서도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에서는 근로자를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규정하기 때문에 프리랜서도 근로자의 범주에 포함된다. 노동조합이 존재한다면, 개인이 아닌 노동조합 단위로 사용자와 협약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이는 담합의 여지를 막을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일하는 환경과 조건의 개선 역시 요구할 수 있다. 박채은(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조합법은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근로자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프리랜서의 노동조합이 활성화된다면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로서 역할하게 될 것”이라고 술회했다.

전문가들은 노동 관련 법안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가칭)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기존 노동 관련 법안이 담고 있지 못한 다양한 형태의 ‘일하는 사람’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노동의 형태가 점점 더 다양해질 것이기에 전통적인 노사관계 등으로 대변되는 근로관계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은 반드시 요구된다”고 말했다. 다만, 법의 적용 대상이나 보호 내용을 두고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으나 노사 간의 입장 조율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선별적인 보호를 하면서 점차 대상을 확대해나가는 방향이 있다. 계속적인 논의를 통해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충언했다.

더 나아가서는 『근로기준법』 자체를 개정해 근로자의 범위를 현재 노동 형태에 맞게 바꿔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이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프리랜서는 여전히 근로자의 지위가 아니기에 근로자와 차별이 발생할 여지가 잔존한다는 우려에서다. 안명희(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근로기준법』이 다양해지는 일의 형태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에 장기적으로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프리랜서와 같은 일하는 이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 교수는 “프리랜서는 노동 관련 법안의 사각지대의 놓여 있기에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사무국장은 “불공정 경제구조 고착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축소되고 기업 업무의 외주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노동 시장 내 프리랜서와 같은 일자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 장치가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수고용 : 근로자와 계약자 사이에 일대일 고용 관계를 가지나, 공간·시간적으로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하며 직접 고용에 비해 비교적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는 형태의 고용

**비임금 : 근로자가 노동의 대가로 사용자에게 보수를 받는 형태가 아님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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