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와 나누는 정치 수다> 국민 뜻 '제대로' 반영하려는 노력 (한성대신문, 588호)

    • 입력 202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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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4-17 00:00

선거 유세기간에 창문을 열면 유독 많은 소리가 들린다. 많은 후보가 자신을 뽑아달라고 열심히 ‘유세 전쟁’을 벌이는 소리다. 그러나 전쟁은 선거 전부터 벌어지는 ‘선거제 개편 논의’부터 시작된다. 각 국회의원과 정당은 각자가 판단하기에 ‘민의를 효과적으로 반영한다고 생각되는 선거제’를 도입할 것을 호소한다. 2024년 4월에 진행될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도 ‘난상토론’이 벌어졌으니, 그곳은 바로 ‘전원위원회(이하 전원위)’다.

국회는 ‘국회에서 논의하는 중요한 의안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위해 전원위를 구성할 수 있다. 이때 전원위의 구성원은 말 그대로 국회의원 전원이다. 1948년 『국회법』 제정 당시 법률에 명시됐던 전원위는 1960년 삭제됐다가, 2000년에 재도입됐다. 국회의원이 의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소신을 갖지 않으며, 그저 당론에 따라 찬반 표결만 내린다는 비판에서다.

이번 전원위에는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무엇보다 쟁점이 된 부분은 ‘소선거구제냐, 중대선거구제냐’였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정치 진영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소선거구제란, 한 지역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유권자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꼽히지만, 1위 득표자를 뽑지 않은 나머지 표들은 전부 사표(死票), 즉 ‘죽은 표’가 된다는 점에서 비례성이 떨어진다. 정당이 얻은 표의 수와 그 정당이 가져가는 의석수 간에 차이가 클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지역구에서 2명 이상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중대선거구제는 2등 이하 득표자를 뽑은 표도 효력을 가질 수 있지만, ‘표의 등가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역구에서 2명을 선출한다고 했을 때, 50%의 득표율로 당선된 1등 후보와 30%의 득표율로 당선된 2등 후보가 의회에서 같은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선거에서 지역구 의원을 선출할 때에는 소선거구제를 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 일각에서 내놓는 주장과 달리, 중대선거구제가 양당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중선거구제로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는 시·군·구의회의 사례를 통해, 중대선거구제가 양당제 타파나 소수당의 의회 진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시·군·구의회의원 선거 결과,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지역구 의석수의 93.6%를 차지했다.

또한 선거구의 크기만 놓고 토론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떠한 방식을 거쳐 유권자의 표를 의석으로 전환할지, 즉 의석 배분 방식이 선거구의 크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의원을 선출할 때는 ‘단순다수대표제’를 따른다. 이는 1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을 말한다. 김형철(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더라도 지금처럼 1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 하에서는 높은 수준의 비례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선거제 개편의 본래 목적인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300석 중 47석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의석수가 늘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가 배분되기에, 각 정당의 득표율과 의회에서 차지하는 의석수의 비율이 유사하다. 유성진(이화여자대학교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우리 선거제의 가장 큰 문제점을 정당 득표율과 의석율 간의 왜곡이라고 파악한다면 비례대표제가 가장 적합한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원위에서의 논의가 더욱 심층적이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선거제 개편 자체에 대한 회의론을 표출하기도 한다. 정당 혹은 지역구별로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선거제가 상이하고, 이는 곧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원빈(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민단체나 학자 등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기구에서 선거제를 제안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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