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ROTC’ 총알 떨어진 군, 장교 수급 비상 (한성대신문, 589호)

    • 입력 202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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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5-08 00:00

‘학생군사교육단(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 이하 ROTC)’에 켜진 빨간불이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흔히 학군단으로 불리는 ROTC는 일부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을 선발해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시키는 제도다. ROTC는 ▲소위 ▲중위 ▲대위를 일컫는 초급 장교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국방부의「2022 국방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5년 육·해·공군 및 해병을 합쳐 4.8:1이었던 학군사관후보생(이하 후보생)의 모집 경쟁률은 2021년 2.6:1로 반토막 났다. 매년 소위로 임관하는 후보생 수 역시 2018년에는 4,111명에서 2023년 3,368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후보생 지원 감소는 왜 문제일까. 군의 전투력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임관하는 소위의 70%가 ROTC를 통해 배출되고 있으나, 경쟁이 감소함에 따라 우수한 후보생의 선발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명렬(한밭대학교 학생군사교육단) 교수는 “후보생 지원율이 감소함에 따라 초급 장교의 자질 약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후보생 지원율 감소에는 복무기간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ROTC 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육군을 기준으로 병사는 복무기간이 18개월이지만, ROTC는 28개월이다. 징병 대상인 남학생의 경우, 병사보다 복무기간이 긴 ROTC 지원을 망설인다는 것이다.「2022 국방통계 연보」에 의하면, 2021년 여학생의 경쟁률은 4.6:1이었던 반면 남학생의 경쟁률은 2.3:1에 그쳤다. 김 교수는 “징병제 국가이기에 ROTC를 병역의무 대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복무기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ROTC 활동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제한되는 것도 지원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학기 중 교내교육, 방중 입영훈련뿐만 아니라 휴학마저 제한돼 소위 ‘스펙’을 쌓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휴학 기간은 1년 단위로만 가능하며, 자기개발, 개인 사정에 의한 휴학은 제한된다. 횟수 또한 1회만 가능하다.

물질적인 면에서 초급 장교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주장도 있다. 2023년 기준, 소위 임관 후 받는 첫 월급은 약 178만 원이나, 병사는 병장 기준 100만 원으로 매년 상승해 왔다. 또한 일회성으로 지급되는 ‘단기복무장려금’ 외에 매달 지급되는 일종의 생활지원금인 ‘교보재비’는 2017년부터 68,120원으로 고정돼 있다. 그 때문에 대학생활과 교내교육, 입영훈련을 병행해야 하는 후보생이 생활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현진(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초급 간부의 경우 의무복무를 하러 온 이들이라는 논리가 작용해 임금이 낮게 책정된 경향이 있다. 병사의 월급이 인상되는 상황에서 초급 간부 복무 시의 기회비용을 고려해 보수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교수는 “후보생은 학비 문제보다 생활비 부분에서 어려움이 크다. ROTC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다른 일에 투자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작금의 상황에 가장 우선돼야 할 조치는 복무기간 단축이라는 입장이 압도적이다.『군인사법』제7조 제4항에 따라 국방부장관은 3년으로 규정된 ROTC의 복무기간을 1년의 범위에서 단축할 수 있다. 정기주(동명대학교 학생군사교육단) 교수는 “현재 국방부에서 ROTC의 복무기간을 4개월가량 감축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휴학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역시 제시된다. 후보생이 전역 이후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어학연수, 인턴십 활동 등을 위한 휴학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대엽(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사회가 변화하며 장교 복무 경력이 취업 경쟁력과 직결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후보생 생활하면서 개인적인 경력을 쌓는 것에 시간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휴학 허용기준을 완화하는 등 후보생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물질적 보상의 확대를 넘어 복무 이후 사회 진출도 고려해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교라는 직업에 있어 금전적 보상은 일차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윤 교수는 “군인은 책임과 헌신을 사명으로 하는 직업이다. 단순 물질적 보상만으로 역량 있는 장교 인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투자 차원의 종합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전언했다.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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