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사이드> 식습관 조절, 속 편해지는 지름길 (한성대신문, 590호)

    • 입력 2023-06-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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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6-12 00:01

커피를 마셔가며 시험공부를 하다 보면 속이 쓰리거나, 시고 쓴맛이 느껴지는 경험을 해본 적 있는가. 이러한 통증이 지속되고, 반복된다면 역류성식도염을 의심해 보라. 최근 젊은 층에서 역류성식도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1년, 4년간 20대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 수는 30% 넘게 증가했다. 조유경(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역류성식도염 환자가 꾸준히 많아지고 있는데, 젊은 층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역류성식도염은 위(胃) 속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 혹은 구강으로 역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가슴 안쪽이 타는 듯한 통증이나 속 쓰림을 일으킨다. 위산은 위액 속에 들어 있는 산성 물질인데, 위산 역류가 심하게 발생할 경우 식도 손상과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조 교수는 “식도염의 반복은 식도가 좁아지는 ‘식도 협착’을 일으켜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지고, 식도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역류성식도염은 어떻게, 그리고 왜 발생할까. 역류성식도염은 하부 식도에 위치한 괄약근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 나타날 수 있다. 하부 식도 괄약근은 식도와 위 사이에 위치하며, 식도의 하부를 지탱하는 고리 모양의 근육을 의미한다. 평상시에는 닫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음식을 삼키거나 트림할 때만 열린다. 이러한 하부 식도 괄약근의 힘이 약해지거나 부적절하게 열리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한다. 김윤재(가천대학교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하부 식도 괄약근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음식 및 위산이 식도로 올라가 식도 내 pH*가 감소한다”며 “식도 내 장기적인 pH 감소는 식도 점막의 손상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식도열공탈장’도 역류성식도염의 발생원인으로 지목된다. 식도열공이란 횡격막**에 위치한 식도가 지나는 구멍이다. 식도열공탈장은 식도열공을 통해 위의 일부가 가슴으로 올라가는 탈장의 일종이다. 박성철(강원대학교 강원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교수는 “위식도접합부는 하부 식도 괄약근과 횡격막이 각각 내적, 외적 구조를 형성하며 해부학적으로 서로 겹쳐 있다”며 “식도 열공탈장이 발생할 경우 하부식도괄약근이 횡격막의 근위부에 위치하게 되면서 횡격막에 의해 죄는 힘이 저하돼 역류성식도염이 쉽게 동반된다”고 말했다.

어떤 방법으로 역류성식도염을 치료할 수 있을까. 먼저, 위산 분비를 억제하면 위액이 역류하더라도 식도 점막의 손상이나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위산분비억제제를 사용해 약물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우선된다. 그러나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방식의 약물 치료는 위산이 역류하는 ‘현상’ 자체를 완전히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역류 현상을 일으키는 하부 식도 괄약근의 기능 저하나 식도열공탈장과 같은 인체 구조적 문제는 내시경이나 수술로 해결해야 한다. 김 교수는 “증상이 심할 경우 내시경 치료나 위식도 괄약근 부위를 좁히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류성식도염은 상술한 바와 같이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병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치가 어려운 경우가 다수다. 따라서 관리하는 방향으로 투약을 지속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유인경(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역류성식도염은 약물 치료로 증상이 감소되고 식도 미란***이 치유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위산분비억제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는 간단하고 효과적이지만 유지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역류성식도염이 식습관과 연관이 깊어, 식습관의 교정을 당부한다. 요즘 보편화된 지방이 많이 포함된 서구식 식습관의 음식은 하부 식도 괄약근의 압력을 낮추기 때문이다. 또한,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커피 등의 카페인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가급적 삼가야 한다. 유 교수는 “식습관의 서구화로 인해 역류성식도염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식이에 있어 역류성식도염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위산 분비가 적은 음식을 권고하는데, 대표적으로 저칼로리·저지방 음식 및 신선한 야채와 과일 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pH : 수소 이온 농도로, 화학에서 물질의 산성 및 알칼리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사용됨

**횡격막 : 가슴과 배를 나누는 근육으로 된 막

***미란 : 피부 또는 점막의 표층이 결손된 것

박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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