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온도를 낮추면 마법이 시작된다 : 초전도체 (한성대신문, 591호)

    • 입력 202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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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8-28 00:00

‘LK-99’, 지난 한 달간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주식시장까지 출렁이게 한 장본인이다. 7월 22일, 국내 연구진으로 구성된 퀀텀에너지연구소는 논문을 통해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 주장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초전도체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현재 학계에서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LK-99 검증위원회를 구성한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LK-99 시료를 일부 제조해 검증한 결과, LK-99는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체의 성질을 띠지 못했다고 지난 18일 발표한 바 있다. 과연 초전도체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일까?

초전도체란 전기 저항이 0이고 마이스너 효과를 가지는 도체*를 말한다. 초전도체의 이 같은 특징이 발현되려면 초전도체 자체가 특정 온도 이하가 돼야 하는데, 이때의 특정한 온도를 ‘임계온도’라고 일컫는다. 하홍수(한국전기연구원 극저온기기연구센터) 센터장은 “초전도체의 특성이 나타나는 가장 높은 온도가 임계온도”라고 말했다.

전기 저항은 무엇이고, 이것이 0이라는 것은 어떤 가치를 지닐까? 우선, 도체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도체 내부에서 원자와 전자가 부딪힌다. 이 과정을 겪으며 전력은 일부 손실된다. 이 과정이 전기 저항이며, 전류의 이동을 방해하는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일반적인 도체는 온도가 오를수록 전기 저항의 크기도 증가하지만, 초전도체는 임계온도 아래로만 온도가 떨어지면 전기 저항의 크기가 0이 되는 것이 특징이다. 김지형(제주대학교 전기에너지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는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전도체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기 저항이 0인 도체의 외부에 자기장**을 두면, 도체 내부에는 외부 자기장과 똑같은 크기의 자기장이 생성된다. 내부에 생긴 자기장의 방향은 외부 자기장과 반대이기 때문에, 크기는 같고 방향은 다른 두 자기장이 서로 상쇄된다. 결과적으로 자기장의 세기는 0이 되는 것이다. 초전도체가 활용된 자기부상열차가 공중에 뜬 채로 이동하는 것도 마이스너 효과 덕분이다. 열차와 레일 사이의 두 자기장이 서로를 밀어내면서 공중에서 움직이게 된다.

초전도체의 2가지 특징이 발현되려면 필요한 임계온도는 상온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초저온이다. 따라서 초전도체를 상온에서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액체수소 ▲액체헬륨 ▲액체질소 ▲액체산소 등의 냉매*** 활용이 필수적이다. 박기성(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는 “물체의 온도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낮은 온도를 가진 액체에 넣는 것”이라며 “얼음물에 수박을 넣으면 시원해지는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초전도체마다 임계온도는 제각각인데, 임계온도가 30K(-214°C)보다 높을 경우 고온, 낮을 경우 저온 초전도체로 분류된다. 다만 고온 초전도체도 임계온도가 상온에 비해 굉장히 낮다. 김 학술연구교수는 “현재까지 발견된 초전도체들은 초전도성이 나타나는 임계온도가 약 130K(-143.1°C) 이하로 상온과 비교해 굉장히 낮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상온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초전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구리를 기반으로 한 고온 초전도체에 강한 압력을 가하게 되면 임계온도가 상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임계온도를 높이기 위해 압력을 조정하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임계온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압력이 상압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상온과 상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초전도체가 현실화되면, 보다 경제적으로 초전도체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인 초전도체는 액체 냉매를 구입하고 보관·관리하는 데에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액체 냉매를 필요로 하지 않기에, 상당한 비용이 절약된다. 박 교수는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발견되면 냉각시킬 필요가 없어져 냉매를 보관할 공간의 부피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공간적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전도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의 증진이 관련 분야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라고 여긴다. 김 학술연구교수는 “아직 초전도체의 비밀을 알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는 시점”이라며 “이번 이슈를 통해 초전도체 응용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커져 초전도체 연구가 활발해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도체 : 전류가 흐르는 물질

**자기장 :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등, 자석이 가진 성질이 작용하는 공간

***냉매 : 온도를 낮출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질

****상압 : 특별히 압력을 줄이거나 높이지 않을 때의 압력으로, 보통 1기압 정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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