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아시안 게임이 쏘아올린 병역이라는 시대적 과제 (한성대신문, 593호)

    • 입력 202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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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10-16 00:00

190.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나라가 따낸 메달의 개수다. 금메달 42개로 종합 3위에 안착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의 귀국길은 그야말로 ‘금의환향’이었다. 그러나 금메달과 함께 ‘병역 특례’를 따낸 일부 선수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참가국이 10개에 미치지 않거나 아마추어 선수가 대부분이었던 일부 종목의 선수들이 금메달을 통해 병역 특례를 얻은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병역법』에서는 ‘아시안 게임에서 1위로 입상한 사람’을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술·체육요원은 군대를 가지 않는 대신 병무청장이 정한 예술·체육과 관련한 분야에서 34개월간 복무하게 된다. 군에 입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 일반에서는 예술·체육요원을 ‘병역 면제’처럼 인식하고 있다.

예술·체육요원은 ‘국위선양(國威宣揚)’에 기여하고 문화를 창달할 예술·체육인을 양성하기 위해 1973년 도입됐다. ‘나라의 권위나 위세를 떨치게 한다’는 뜻의 국위선양, 어떤 경지에 도달해야 ‘국위선양’했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아시안 게임 1위’, ‘올림픽 3위 이상’과 같이 명확한 기준을 법령에서 못박아두고 있다고 하지만, 1990년부터 이어져 온 기준에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태극기를 달고 메달을 따오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음식과 음악, 문화가 ‘K-’자를 달고 지구 각지로 수출될 만큼 우리의 위상이 과거와는 다르기에, 병역 혜택으로 국위선양의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수준은 넘어섰다고 본다. 시대에 따라 국위선양의 형태가 달라져 왔지만, 무엇이 이 시대의 국위선양인지에 대해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는가.

무엇보다 이 같은 병역 특례가 병역의 의무를 ‘형벌’에 가까운 것으로 의식하게끔 만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현 정부는 ‘제복 입은 영웅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병역 의무를 준수하는 것을 신성시하고 있지만, 병역 의무에 대한 배제가 ‘혜택’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모순적이다. 금메달의 대가가 ‘영웅이 될 기회의 박탈’이라는 것은 역설이 아닌가.

국방의 의무를 진정 신성시하는 국가라면, 병역 특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대적 합의에 부합하지 않는 기준을 통해 병역 특례가 주어진다면 병역의 의무는 적당히 피해야 할 성가신 존재가 될 것이다. 징병 가능한 인력이 감소하며 모병제나 여성의 군입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제기되고 있기에, 병역 특례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하고 방향성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스포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특례를 받은 한 선수는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다”며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시대를 잘 타고났든 아니든 국가를 지키는 일은 누군가의 몫으로 남아있을 것이기에,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제도가 안착하기를 기대한다.

정상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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