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모두가 원하는 개혁이 되려면 (한성대신문, 597호)

    • 입력 202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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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3-04 00:00

또 한 번의 개강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한 대학가에 새로운 이슈가 던져졌다. 바로 ‘무전공 입학’이다. 교육부는 지난 1월, 무전공 입학을 늘리는 대학에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무전공 입학이란 그야말로 전공 없이 입학해 1학년 때는 다양한 전공을 탐색해 보고, 2학년이 될 때 전체 대학 또는 소속 단위 내에서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학사제도를 말한다. 변화하는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기 위해, 대학도 기존의 학과제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무전공 입학 확대의 취지다.

교육부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이해하지만, 무전공 입학이 대학 내에서 많은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취업이 어렵다고 일컬어지는 기초학문을 배우는 학과는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폐과 등의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학생들의 인기가 높은 학과는 정원을 훌쩍 넘는 학생들로 인해 교·강사 인력 및 공간 부족 등의 문제에 시달린다. 본인은 무전공 입학을 기반으로 하는 트랙제 시행 대학의 학생으로서 그 부작용을 몸소 겪은 적도 있기에, 교육부의 발표 직후 쏟아진 우려의 의견에 먼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보완책은 내놓지 않았다. 심지어 이 같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부 대학이 ‘광역모집’이라는 이름으로 단과대학·학부 단위의 신입생을 받았다가, 여러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학과제로 회귀한 사례가 존재한다.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는 꼭 필요하지만, 변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견된 피해를 막을 방도 또한 반드시 마련돼 있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변화를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등록금 동결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에게 금전적 지원은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대학은 교육부가 가리키는 방향만을 목적지로 삼을 수밖에 없게 된다. 대학 구성원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난다. ‘일방통행’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1월에 135개 회원대학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무전공 입학을 시행하지 않는 74개교 중 57개교(77.0%)가 ‘도입 예정’이라고 답했다.

변화에 앞서, 대학을 둘러싼 구성원이 대학의 미래에 관해 교육당국과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대학의 변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존재는 대학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산업이 원하는 융합인재 양성, 원하는 전공을 학습할 기회 제공 등 무전공 입학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논란을 잠재울 방안을 찾기 위해 논의는 꼭 필요하다.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 개혁의 수혜를 온전히 입지 못하는 구성원이 존재하는지는 교육 현장에서만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소통이 핵심 가치를 넘어 기본적인 소양으로 요구되는 시대다. 교육부가 미래를 위해 어떤 결과를 도출해야 할지 골몰하다, 시대에 역행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음을 놓치지 않기 바란다. 또한 무전공 입학에 관한 논의의 장이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대학이 될 수 있는 더 많은 방안을 이끌어내는 토론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정상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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