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축제의 본질을 흐리는 주범, 브로커 (한성대신문, 599호)

    • 입력 2024-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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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4-22 00:00

바비큐 한 접시 5만 원, 순대 한 접시 2만원. 소비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이 당연시되는 곳이 있다. 바로 ‘축제’에서다. 날씨가 따뜻해 지면서 여러 지역에서 축제가 개최됨에 따라 음식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이른바 ‘바가지’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바가지 문제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의 특색을 알리고자 하는 축제의 본질을 저해하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인지하지 못하고 적절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바가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브로커’에게 있다. 브로커는 축제 주최 측으로부터 상인들이 활동하는 공간을 대량 구매한 뒤 이를 상인에게 비싸게 되파는 이들을 말한다. 축제에서 장사하고자 하는 상인들은 브로커로 인해 비싼 값을 주고 축제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상인들은 브로커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메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음식 가격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지역 축제의 목적은 지역에 대한 인식 제고와 지역 상권 활성화 등으로 이는 ‘지방소멸’이 발생하는 현시대에 더욱 필요한 요소다. 브로커의 이 같은 행태는 축제의 본래 목적이 실현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많은 소비자가 축제에 방문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지역 홍보 효과나 지역 전체의 경제적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금전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여전히 상인들을 규제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고, 브로커 근절을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착한 가격 캠페인’의 주요 내용은 음식 가격을 내리기 위해 상인을 계도하는 방안과 상인과 합의된 음식 가격을 사전에 공지하는 등의 방안뿐이었다. 정부가 상인을 계도할 방안뿐만 아니라 브로커 근절을 위한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지역 축제가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축제 개최 과정에서의 감독을 강화하고 상인 선발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브로커를 없앨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더불어 상인의 음식점 운영 실적 등 구체적인 활동 내역을 확인한다면 축제에 참여하는 상인과 브로커를 선별함과 동시에 질 높은 음식을 축제에서 제공할 수 있을 테다. 축제를 찾은 관광객과 상인이 축제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브로커 소탕을 위해 힘쓸 때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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