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호 기획> 500에서 600, 우린 항상 그곳에 있었다 (한성대신문, 600호)

    • 입력 202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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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5-13 00:19

<편집자주>

학교는 ‘작은 사회’라고 불리며, 이는 대학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권력을 감시하기 위해 언론이 존재하듯, 대학에서도 대학의 운영을 주도하는 대학본부와 학생자치기구를 견제하는 대학언론이 활동하고 있다. 대학 운영이나 학내 문제에 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학내구성원의 알 권리를 수호하는 것 또한 대학언론에게 주어진 역할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의 대학언론은 위기를 겪고 있으며, 심지어 이 문제는 새로움을 잃은 지 오래다. 취업 등의 현실적 문제를 겪는 학생들은 대학언론에 관심을 갖기 어렵고, 그러한 틈을 타 일부 대학의 본부는 대학언론의 정당한 활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학내 구성원을 포함한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가 더욱 다양해지며 위기는 심화됐다. 이에 본지가 500호를 발행한 2015년 이후,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비켜갈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구성원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어떤 학내 사안을 지면에 담아왔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떠한 사안에 집중해야 학내 구성원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봤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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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구성원의 충격 자아낸 ‘D+ 등급’

본지가 500호를 발행한 2015년은 본교에게도 역사적인 한 해였다. 본교가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D+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란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각 대학의 교육여건이나 학생관리 등을 기준으로 진행했던 평가다. 당시 결과에 따라 본교는 정원을 감축하는 등의 조치를 받았다. 본지는 본교가 어떤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는지 등 자세한 결과를 분석함과 동시에 본교에 적용되는 제한 사항 등은 무엇인지 알리는 기사를 내놓으며 학내 구성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일부 학생과 교수진이 학교법인 한성학원 이사회와 대학본부 등에 책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에 관한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며, 학내 구성원이 표출하는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는 공론장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트랙제 전면 도입,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

본교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트랙제’의 도입이 확정된 해가 2016년이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진행된 교육부의 컨설팅 내용에는 ‘대학의 특성화와 연계된 학사구조개편’이 존재했고, 그에 따라 본교는 2017학년도부터 트랙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트랙제 도입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무용학과 현대무용전공 폐지 결정에 따른 학생들의 반발과 학사구조개편 과정에 있어 학생의 참여가 부족했다는 학생들의 여론을 보도함으로써, 학생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학사 운영 과정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트랙제 도입 첫 해, 다양한 개선 의견 제기

2017년의 본지는 트랙제 도입 첫 해에 학생들로부터 제기됐던 문제들을 두 차례에 걸쳐 기사로 다뤘다. 트랙제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학부별로 등록금이 다름에도 같은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상황을 학생들이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과 소속감이 저하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 등을 파악하고 이를 보도했다. 학생들이 제기한 일부 문제에 대해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대학본부의 의견 또한 지면에 담아냄으로써, 문제 제기를 통해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자율개선대학’으로의 도약

2018년에는 학과 사무실 통합 등 트랙제에 적합한 행정적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 등을 다뤘다. 그와 동시에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후속으로 진행된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본교가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며 위상을 지켜낸 사실도 지면에 담았다. 자율개선대학은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 감축 등의 제한 조치가 해제된 대학이다.

행정서비스 만족도 ‘제자리걸음’

서면신청을 위한 ‘밤샘 대기’ 사태와 장학금 지급 지연 문제 등이 2019년 1학기의 시작과 함께 발생하자, 본교 행정서비스에 대한 학생들의 복합적인 불만 의견이 표출됐다. 이에 본지는 1, 2학기에 각각 1회씩 본교 행정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직원 및 조교 대상의 교육·평가를 개선하겠다는 대학본부의 입장을 담은 기사를 작성했다. 2학기에 진행된 조사에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유의미하게 제고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의 역할을 다하기도 했다.

대학본부, 코로나19 대응방식 학생대표와 끊임없이 논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조치가 시행되던 2020년에는 등록금 환불과 비대면 녹화 강의의 질적 문제,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 방지 대책 등 각종 현안이 논의된 4차례의 학생대표 간담회를 취재해 보도하는 데 집중했다. 대학본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관한 학생 대상의 만족도 조사도 진행함으로써, 장기화되는 방역조치가 더욱 나은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학생들의 불만사항과 의견 등을 정리하는 역할 또한 수행했다.

학생들의 우려 발생시킨 트랙 구조조정

2021년, 대학본부가 트랙 구조조정에 관한 사항을 3번의 학생대표 간담회를 통해 발표했다. 본지는 학생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행정적 절차와 트랙 폐지에 관한 규정 등을 함께 설명하는 기사를 보도해, 정보 파악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한편 3년만에 경선으로 치러진 총학생회 선거의 선거운동본부 각각을 인터뷰해 유권자인 학생들의 선택을 돕는 등, 학생사회가 다시 활성화되는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대면수업 본격화,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들

2022년에는 대면수업이 재개되며 발생한 문제점을 취재해 강한 문제의식을 가진 기사를 보도했다. 1학기에는 야간 소속 학생들을 위한 학내 시설의 운영이 미흡한 점에 대해 취재해 기사를 작성했다. 야간학부의 존재라는 본교의 특징에서 착안한 이 기사를 통해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던 불편사항을 대학본부에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2학기에는 소방안전을 위한 설비에 개선이 필요한 점 등을 취재했다. 특히 소방설비에 관한 문제점은 각 건물별, 층별로 지적하면서, 대면수업으로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비판을 구체적으로 제기하는 데 성공했다. 취재가 시작된 이후 대학본부는 문제점을 하나씩 시정하는 등,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내기도 했다.

학생을 넘어 직원의 권익도 대변해온 <한성대신문>

제11대 총장선출이 치러진 지난해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한성대학교지부(이하 노동조합)가 직원의 총장선출투표권 확대를 요구했으며, 이에 본지가 구체적인 요구사항과 총장선출 방식에 관한 설명을 담은 기사를 게재했다. 최종적으로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는 않았지만, 기사의 발행을 통해 향후 노동조합의 계획과 입장 등도 함께 알릴 수 있었다.

또한 본교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휴게시설과 목욕시설을 고발하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일부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은 지하나 주차장 인근 등 상대적으로 기피되는 장소에 위치해 있는 등의 문제가 존재했다. 대학본부의 시설 개선을 위한 노력을 도출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앞으로의 <한성대신문>, 학생 권익에 더욱 집중해야

본지는 모든 학내 구성원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도하되, 교수·직원·학생 중 학사 행정에 관한 정보를 얻기 가장 어려운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기사를 내보내려 노력했다. 독자들은 앞으로도 본지가 학생들이 불편 사항을 대학본부나 학생자치기구 등에 표출하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유승연 학생은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도할 만한 주제를 찾는 노력을 통해 객관성을 가지고 학내 소식을 전달한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슬기(한성대학교 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교수는 “학생들은 언제든 불편함을 말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한데, 신문사가 좋은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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