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완공 예정이던 재개발이 2027년 3월로 또다시 미뤄졌다. 이번 지연은 처음이 아니다. 당초 2024년 완공이었으나 2026년으로 늦춰진 바 있다. 재개발이 길어지면서 등굣길의 빈자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재개발이 연장되는 동안 기존 상인들이 떠나며 공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상인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취재를 위해 직접 찾은 재개발 인근 지역은 한산했다. 한창 점심 때였지만 식사를 하러 온 학생과 주민의 모습은 드물었다. 가게 안은 손님이 거의 없어 보통 대학가 근처 상권에서 볼 수 있는 활기와는 사뭇 달랐다. 가게에 사람이 북적여도 학생, 주민이 아닌 인부의 모습을 찾기가 더 쉬웠다. 나름 대학가라는 명색이 무색하게 거리는 조용할 따름이었다.
재개발 과정에서 상인은 제도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재개발 보상 체계의 기본 근거가 되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일정한 증빙이 갖춰질 경우 손실 보상을 인정한다. 그러나 소상공인의 경우 재무제표와 같은 증빙자료를 마련하기 어렵고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부담되는 등 한계가 존재한다. 필자와 인터뷰한 상인 역시 현실적으로 소송이 어려워 손해배상 청구나 지원금 요구는 포기한 상태였다.
정부는 상인들이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상인들은 지지부진 지연되는 나날 속에서 완공만을 기다리고 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해당 재개발이 노후화된 주거지역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라고 전했다. 공익을 이유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면 그로 인한 피해 또한 공적으로 책임져야 마땅하다. 정부가 보장해야 할 것은 명목상의 청구권이 아닌 최소한의 생존 기반이다.
지역의 정체성은 단순히 건물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의 생활 기반과 상권의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재개발은 지역을 획일화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발길을 끌던 맛집은 과거의 산물이 되고 흔적만 남는다. 대학 근처에서 경험을 쌓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상의 소중함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그 가치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김혜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