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내 손 안에 프라이버시, 빛의 흐름을 설계한 혁신 (한성대신문, 620호)

    • 입력 2026-03-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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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3-23 00:01

▲관람객들이 ‘갤럭시 AI 라이브쇼’를 감상한다. [사진제공 : 삼성전자]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6 울트라’는 측면에서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제한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Privacy Display)’를 적용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정면을 제외한 상하좌우 방향에서 화면을 보지 못하게 시야각을 제한한다. 필요시에는 스마트폰 화면 일부 영역에만 선택적으로도 적용 가능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하드웨어의 혁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의 구현은 빛의 방향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OLED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유기 발광층 ▲컬러 필터 ▲커버글라스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유기 발광층에는 작은 소자들이 픽셀(Pixel)** 단위로 빛의 삼원색인 적색·녹색·청색(RGB) 빛을 스스로 방출한다. 화면에 구현되는 색은 삼원색의 조합으로 표현되므로 픽셀들은 각각의 색을 합성해 최종적으로 화면을 형성한다.

이때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빛이 퍼지는 정도가 다른 두 종류의 픽셀을 함께 사용해 시야각을 조절한다. 빛이 넓게 퍼지는 ‘와이드 픽셀’과, 좁게 퍼지는 ‘내로우 픽셀’을 번갈아 배치하는 방식이다. 먼저 유기 발광층에 위치한 와이드 픽셀은 빛을 사방으로 방출하는 특징을 갖는다. 때문에 상하좌우 어느 방향에서나 픽셀이 내는 빛을 관측할 수 있다. 유승협(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스마트폰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OLED 디스플레이들은 통상 와이드 픽셀만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내로우 픽셀은 시야각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빛이 직선으로만 나가도록 설계돼 있으며, 빛을 흡수하는 ‘블랙 매트릭스’가 픽셀 주위를 높이 둘러싸 옆 방향으로 퍼지는 빛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블랙 매트릭스는 빛을 흡수할 수 있는 어두운 검은색 안료를 발라 광흡수에 용이한 차광막에 해당하므로, 픽셀의 발광 높이보다 훨씬 더 높게 쌓도록 설계하면 빛의 방향이 일직선으로 고정될 수 있다. 박재영(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내로우 픽셀의 주변에는 빛을 막는 높은 벽이 형성돼 있어 정면에서 볼 때만 화면이 보이고 측면에서는 보이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 모드 적용 전후 [사진제공 : 삼성전자]

기기 내부에 픽셀들이 ‘병렬 구조’로 배열되는 점도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의 핵심 구조를 이룬다. 프라이버시 모드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와이드 픽셀과 내로우 픽셀은 모두 빛을 내는 상태다. 이때 프라이버시 모드를 켜면 와이드 픽셀의 불이 꺼지며 시야각이 좁은 내로우 픽셀만 남아 직선에서만 화면이 보이게 되는 원리다. 박 교수는 “평소에는 와이드와 내로우 픽셀 모두 활성화돼 넓은 시야각에서 화면을 볼 수 있고, 프라이버시 기능을 작동시키면 와이드 픽셀이 꺼져 빛이 정면으로만 나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블랙 매트릭스를 높이 쌓게 되면 기기 내부 공간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쌓인 블랙 매트릭스의 높이만큼 내부 공간을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에는 편광판을 대체해 두께를 줄일 수 있는 ‘LEAD’가 적용됐다. LEAD는 흔히 무편광 기술이라고 불리는, 편광판을 대체하는 기술이다. 편광판은 기기 내부로 빛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얇은 필름이다. 밝은 낮에 스마트폰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기기 내부로 외부 빛이 들어와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 현상을 막도록 설계된 장치다. 유 교수는 “빛이 편광판을 통과할 때는 절반 정도의 빛 손실이 일어나 외부의 빛뿐만 아니라 내부의 발광력도 감소시킨다”며 “무편광 기술을 사용할 경우 빛이 그냥 통과하기 때문에 빛의 손실이 거의 없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LEAD는 기존의 편광판을 제거하는 대신 ‘컬러 필터’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외부의 빛을 차단한다. 컬러 필터는 백색광에서 빛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필름이다. 백색광은 적색·녹색·청색 등 다양한 파장의 빛이 섞여 만들어진 빛으로, 여러 색이 혼합된 상태다. 삼원색의 픽셀 위에 같은 색의 컬러 필터가 위치한다. 이후 픽셀에 해당하는 색의 빛만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컬러 필터가 자체적으로 흡수함으로써 빛의 반사를 줄인다. 동시에 픽셀이 발광하는 빛은 손실 없이 화면 밖으로 내보내 화면의 밝기와 색 표현을 유지한다. 유 교수는 “컬러 필터는 빨간색 셀로판지로 사물을 보면 빨간색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필름이 특정 색의 빛만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걸러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원리는 빛의 파장을 통해 발현된다. 빛은 파장에 따라 서로 다른 색으로 발현되며, 각각의 색은 고유한 파장 범위를 가진다. 컬러 필터는 이 차이를 이용해 특정 파장의 빛만 통과시키고 그 외 파장의 빛은 흡수한다.

선택적인 흡수는 필터를 구성하는 분자 구조에서 비롯된다. 분자 내부의 전자는 특정한 파장의 빛이 들어오면 흡수한다. 이 때문에 외부의 빛이 들어올 때 전자와 일치하는 파장이면 이를 흡수하게 되는 것이다. 파장이 맞지 않는 빛은 그대로 통과시킨다. 이처럼 선택적으로 빛을 걸러내는 과정으로 인해 특정 색의 빛만 남게 된다. 박 교수는 “컬러 필터는 가지고 있는 전자가 빛의 에너지와 비슷하게 맞춰져 빛의 파장을 대체로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컬러 필터는 같은 색을 가진 외부 빛은 못 걸러낸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블랙 매트릭스와 함께 ‘광공진기(光共振器)’가 사용된다. 광공진기는 픽셀 내부에 형성된 매우 얇은 층으로, 빛이 화면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두 반사층 사이에 머물도록 만든 구조다. 쉽게 말해, 빛이 곧바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픽셀 내부에 잠시 갇혀 여러 차례 반사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선글라스가 특정 색의 빛을 선택적으로 걸러내는 원리와 유사하다. 유 교수는 “현악기에서 손으로 줄을 누르는 위치에 따라 소리의 진동이 달라지는 것처럼 픽셀도 색마다 두께를 달리해 각자의 파장에 맞는 빛을 붙잡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광공진기 내부에서는 빛이 여러 차례 반사되며 서로 다른 경로를 지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빛의 위상***이 어긋난다. 위상이 180도 차이 나는 빛끼리 만날 경우 상쇄현상****이 일어나 빛이 소멸된다. 유 교수는 “빨간색 빛이 빨간 컬러 필터를 통과하면 적색 빛이 적색 컬러 필터를 통과하면 적색 픽셀 내부에서 공진이 일어나 빛이 방향을 꺾는다”며 “이렇게 꺾인 빛은 서로 위상차를 만들어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컬러 필터와 공진기가 놓친 빛은 블랙 매트릭스가 흡수한다. 컬러 필터와 공진은 픽셀이 위치한 부분의 빛 반사만 막기 때문이다. 컬러 필터를 통과한 빛이 화면 밖으로 다시 반사되면 그 반사각에 위치한 블랙 매트릭스가 빛이 화면을 빠져나가기 전에 흡수하는 원리다. 박 교수는 “이 과정에서 블랙 매트릭스, 컬러 필터, 픽셀 영역의 넓이를 잘 설계해 외부에서 오는 빛이 반사돼 나가는 비율을 최대한 줄인다”고 덧붙였다.

▲‘갤럭시 S26’의 기능을 체험하는 이용자 [사진제공 : 삼성전자]

모바일 결제와 개인 정보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스마트폰 화면 보안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픽셀 단계에서부터 프라이버시 기술이 적용된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단순한 화질 경쟁을 넘어 보안 기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을 넘어 노트북, TV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도 삽입될 예정이다. 유 교수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기술에 굉장한 진보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대부분의 디스플레이는 해당 기능을 탑재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OLED 디스플레이 :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픽셀 :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점

***위상 : 어떤 사물이 가지는 위치나 상태

****상쇄현상 : 위상이 반대인 두 파동이 만나 진폭이 서로 줄어들거나 0이 돼 파동의 세기가 약해지거나 소멸하는 현상

김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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