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사관은 기록한다. 사관은 논한다. (한성대신문, 520호)

    • 입력 2017-03-06 16:09
▲그리스 시대의 헤로도토스(BC 484 ~ BC 425 추정)는 최초로 실증적인 역사서를 저술하여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최근 국정교과서를 기점으로 하여 점화된 역사논쟁은 단순히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다. 역사적인 사건을 어떻게 기록하고,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많은 논란을 낳았다. 역사는 누구의 손에 기록되느냐에 따라서 모습이 바뀌고, 누구의 입에 논해지느냐에 따라서 위치가 달라진다. 대체 누가역사를 기록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은 어떻게 역사를 엮어야할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고대부터 어떻게 역사가 기록되어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고대의 역사는 문학의 성질이 매우 강했다. 당시는 철학이 만학의 어머니로서 모든 학문을 지배하던 시대였으므로, 소위 문사철이라고 불리는 문학, 사학, 철학이 별개로 구분되지 않고 같이 다루어졌다. 결과적으로 역사는 철학의 일환으로 사유되는 종류의 학문이었던 것이다. ‘역사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헤로도토스의 저서인 역사가 당시 문학의 한 갈래인 서사시와 비극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바로 그 단적인 예다.
▲19세기 독일의 역사학자인 랑케(1795 ~ 1886)는 역사를 철학으로부터 독립시켰다
19세기 독일의 학자였던 랑케는 이런 역사를 역사학이라는 하나의 독립적인 학문으로 만들고자 했다. 랑케는 역사가들이 과거의 사료를 발굴하고, 편견이나 선입견과 같은 주관을 완전히 배제한 채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기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유의 학문인 철학과 영원한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이렇게 역사의 객관성을 주창했던 랑케의 사상은 성공적으로 역사를 철학으로부터 독립시켰고, ‘랑케 사학의 출현과 함께 역사학은 폭발적인 발전을 이루기 시작한다. 사회사, 문화사, 경제사와 같이 역사를 보는 갈래가 나뉘어졌으며, 이에 따라서 이전까지의 문학적이고 평면적인 역사는 다양한 관점을 통해 바라보는 입체적인 역사로 변화한다.
현대 역사학계는 랑케가 주장하는 진리로서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문용선(역사문화학부)교수는 이를 라쇼몽 효과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쇼몽 효과란 라쇼몽이라는 영화에서 나온 개념으로, 똑같은 사건을 경험해도 경험자의 관점에 따라 사건을 서술하는 것이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이다. 역사는 단순히 객관적인 사료들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 역사가의 주관은 필연적으로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결국 저명한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카가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말했듯이, 역사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재에 해석하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인 것이다.
현대의 역사학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관점으로 보는 것을 중시한다. 앞서 말한 사회사, 문화사, 경제사와 같은 것들이 바로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이는 역사가의 역할이 단순히 기록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하는 것까지 확대됐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문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최근 논란이 되는 국정교과서는 이런 역사학의 본분에도 맞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오직 정부만이 사관이 되어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역사를 편찬하는 것은 역사학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한편, 이렇게 역사를 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일본군과의 로맨스나 매춘을 목적으로 일본군과 동행한 위안부 등의 언급으로 이슈가 되었던 제국의 위안부가 좋은 사례이다. 저자인 박유하 교수는 책의 내용에 대해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논란은 진화되지 않고 있다. 역사를 논한다면 대체 어디까지 논해야 하며, 역사의 상대성이 과연 무한정 용인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는 아직까지 뾰족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들은 흔히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역사는 우리시대를 대체 어떻게 평가할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역사는 애초부터 아무것도 평가하지 않는다. 먼 미래, 이미 과거가 된 우리시대의 기록과 현재가 된 미래시대의 ()’만이 지금의 우리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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