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이 선거가 무섭다 (한성대신문, 512호)

    • 입력 2016-07-25 16:19

국회의원 총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투표라고는 지난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까지 고작 3번 해본 것이 전부지만, 투표장으로 가는 길은 사회가 바뀔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를 것 같다. 사실 이 선거가 너무 무섭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이 거대 양당 중 어느 당이 집권할지는 두렵지 않다. 진짜 공포는 이번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투표율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번 총선은 안철수 대표의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시작으로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대표를 새 당대표로 영입했다. 이 두 대표는 선거 국면에 접어들자 서로 싸움을 벌였다. 선거 운동에 써야할 당의 자금과 힘은 이 싸움에 거의 다 소진되었다. 이 둘은 결국 화해하지 못하고, 등을 돌린 상태다.
이렇게 야당이 분열하는 한편, 새누리당은 당내 계파 갈등이라는 거대 정당의 고질적인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파벌이 당내 권력을 독점하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가운데, 여기 속하지 못한 당원들이 독립된 후보로 지역에 출마하는 형국이다.
한 쪽에서는 당이 두 개로 갈라섰고, 다른 한 쪽에서는 당의 내부가 갈라지고 있으니 이 거대 양당을 믿고 지지해온 유권자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누굴 찍어야하는지 오로지 유권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들을 전부 낙선시키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유권자들의 답답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한편 언론사들은 이 난장판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만 급급하다.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할 뿐 이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방안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뉴스와 신문을 통해 본 정치권은 아무런 답도 없는 혐오스러운 곳이다. 심지어 모 방송국 앵커는 이대로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안 할 수 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선거에 꽃이라 할 수 있는 공약과 정책들이 제대로 소개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인식하고, 이 문제들에 대한 각 정당들의 입장을 확인 해볼 수 있다는 점은 선거가 가진 최고의 기능이다. 정당은 당연히 자신들의 입장과 정책을 열심히 유권자들에게 알려야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공약과 정책도 이슈가 되지 못했다. 정치권에는 막장 공천’, ‘막장 선거라는 말만 횡행할 뿐이다.정치권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땐 언론사들이 정책과 공약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각 정당을 정책선거로 끌고 가야하지만, 그런 시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소위 메이저 언론사들의 신문에서 정치권의 음모와 암투를 다루는 기사가 가득한 지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결국 우리들은 이런 상황에 혐오감과 실망을 느끼며 투표를 해야 한다. 게다가 정치권과 언론이 해결해야할 일들이 밀리고 밀려, 결국엔 유권자들에게 밀려왔다. 투표가 참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렸다. 상황을 보니 역대 최저 투표율이라는 말이 과한 말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이제 이들을 바로잡을 수단은 더 이상 없다.
자기 할 일 다 못하고 남한테 미루는 사람은 언제나 밉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믿음을 주었던 사람들이 그런 일을 저지르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대씩 올려붙여주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투표 밖에 없다. 이런 우리의 분노마저 표현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실망스러운 일을 저지를지 눈에 선하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이 밥상은 참으로 한심스럽다. 어제 먹다 남긴 음식들이 말라 비틀어져 접시에 달라붙어있다. 도무지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수모를 계속 겪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밥을 안 먹을 수야 있겠는가?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뭐라도 입에 털어 넣고 성이라도 내봐야 하지 않을까?
이번 선거는 참으로 무서운 선거다. 이 공포가 그저 공포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박종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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