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두 모습이 공존하는 동네, 송탄 (한성대신문, 526호)

    • 입력 2017-09-25 00:00

송탄이라는 지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하철 1호선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 에서는 우리가 알던 한국과는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송탄에서 하차한 후 주위를 둘러보면 평소 드물게 볼 수 있었던 외국인들이 도처에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여기에는 무엇이 있기에 외국인이 이렇게나 많은 걸까. 외국인과 한국인이 공생하고 있는 동네, 송탄으로 떠나보자.
이 지역에는 한국전쟁 때부터 미군공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초기의 송탄은 미군을 대상으로 한 쇼핑촌과 클럽, 음식점이 성행했다. 미군을 주고객층으로 한 상권이 발달하다보니 미국적인 분위기의 가게들이 들어섰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송탄 주민들과 동존하면서 자연스레 우리나라 전통시장에 녹아들었다. 그렇게 송탄저녁시장은 미국적이 지도 한국적이지도 않은 송탄만의 특별 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후, 2012년에 평택시와 송탄시가 합쳐지면서 평택국제중앙시장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송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간판이다. 대체로 관리가 잘 되어 있으나, 빛바랜 그 모습을 바라보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절반 이상의 간판에는 영어와 한국어가 공통으로 쓰여 있어, 우리가 알던 간판과는 다른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두 나라의 문화가 공생해왔던 만큼, 이곳 에서는 특이한 음식 문화를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송탄햄버거를 들 수 있다. 송탄햄버거는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랜차이즈 햄버거와도 다르고, 미국식 수제 햄버거 와도 판이하게 다르다. 미군부대가 주둔했을 당시에 미군이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보고 한국인이 여건에 맞춰 그 모습을 따라 만든 햄버거이기 때문이다. 송탄햄버거는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르게 양상추 대신 양배추를 썰어 넣고, 소스도 케첩과 마요네즈를 조합하여 사용한다. 송탄햄버거를 먹다보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과거 미국과 한국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매주 토요일 밤, 평택국제중앙시장에 서는 야시장이 열리는데 공군기지와 맞닿은 시장 정문에서 미국인들이 전통 인디언 복장을 입고 공연을 한다. 같은 시간, 시장 후문에서는 각설이 공연이 진행 되고 있어 한미 문화가 어우러지는 송탄 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각국의 사람들 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야시장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 특이한 것은 외국인 상인들의 모습 이다. 상인들은 바비큐, 핫도그, 피자 등 모국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음식을 사고 팔 때도 원, 달러를 가 리지 않고 화폐마다 가격을 책정해서 금액을 받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와 미국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번 토요일 송탄에 방문해 야시장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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