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특별함을 잃으면 읽지 않는다(한성대신문, 526호)

    • 입력 2017-09-25 00:00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그렇다고 말을 걸 깜냥도 안 되고, 예의도 아닌지라 책 표지를 쓱 보고 제목을 적어둘 뿐입니다. 그리곤 집에 와서 검색해보고, 괜찮다 싶으면 한 권 삽니다. 좋은 책일 때가 많습니다. 무겁고 딱딱한 책을 들고 다니는 수고스러움을 감내하려면 그만큼 재미있는 내용일 테니까요. 물론 전공서적이나 참고서는 예외입니다. 무게뿐 아니라 내용도 끔찍한 경우가 많죠.
신문을 읽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옛날 혹은 남의 이야기 같지만 구조개혁평가로 학교가 들썩거리던 시기, <한성대신문>은 호황이었습니다. 대나무숲이나 한대말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가 접근성도 편하고 피드백도 빨랐지만 사실과 소문 사이의 정보들이었죠. 취재를 통해 얻어낸 신뢰성 있는 정보, 정제된 글 즉, 신문이 필요한 시기였습니다. 신문사 블로그를 들락거리며 정보를 찾아내고, “어제자 학교 신문 봤어?” 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는 날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사실 우린 매일 무언가를 읽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기도 하고, 웹툰을 보기도 하고,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하기도 하죠. 수업시간 프린트를 미처 못한 날에는 발제문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러니 글을 읽지 않는다는 말은 '책으로' 혹은 '신문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려야 하는 신문보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는 게 훨씬 빠르고, 책이 아니더라도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넘쳐나니까요.
스마트폰 덕분에 읽을거리, 볼거리에 접근하는 게 편리해졌습니다. 재미없는 것들은 가차 없이 밀려납니다. 하지만 책과 신문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면, 사람들은 책과 신문을 읽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까다로운 독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개성있는 글맛과 그 글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읽을거리를 찾아 스마트폰을 보거나 서점에서 책을 뒤적거려봅니다. 숨은 맛집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처럼, 재미있고 진정성 있는 글을 찾아 읽는 여정과,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를 만났을 때의 마음은 모두에게 가슴 설레는 일일테니까요.

이광호(한국어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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