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경복궁에 가려진 예술의 향취 (한성대신문, 527호)

    • 입력 2017-10-16 00:00

 우리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경복궁역. 이곳에 있는 경복궁은 조선시대 왕족을 위해 지어진 것으로 약 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왕족을 위해 만든 것인 만큼 과거 우리민족의 멋과 예술을 담고 있으며, 조선시대 왕실의 고풍스러움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경복궁은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러봤을 법한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우리나라의 예스러운 건축물을 관람하기 위해 이곳까지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경복궁역 인근에는 경복궁에 가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과거부터 이어져 온 예술가들의 향취가 곳곳에 남아있다. 그렇다면 경복궁역에 숨겨진 예술가들의 향취를 한번 찾아보도록 하자.
 경복궁역에서 불과 5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는 이상의 생가가 있다. 이상은 1930년대에 활동했던 문인으로, 대표작으로는 「날개」가 있다. 그는 살아생전 천재성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가 죽은 뒤에야 비로소 그의 작품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상의 생가는 현재까지도 보존되어 있으며, 지금은 ‘이상의 집’이라고 불린다. 이 장소에서는 당시 이상이 지내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이상이 집필했던 소설도 읽어볼 수 있다.
 이상의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는 또 다른 예술인의 생가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박노수 화백의 생가다. 그는 한국화를 그리던 유명한 화가로 경복궁역 인근에서 거주하다가 2013년에 타계했다. 그가 사망한 후, 그의 생가는 종로구청에 의해 ‘박노수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비교적 최근까지 박 화백이 기거했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그의 흔적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또한 미술관에는 그가 그렸던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경복궁역에서 15분 정도 발걸음을 옮기면, 조선시대의 명사였던 송강 정철이 살았던 곳을 표시해둔 비석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탓에 현재 그 집터는 남아 있지 않고, 그 자리에는 초등학교가 대신 들어서 있다. 현재로서는 학교 입구에 정철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그의 작품 「관동별곡」이 적힌 비석만이 그곳에 정철이 살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 많은 예술인들이 살았던 탓일까. 근방에 있는 가게들에서도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은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가게의 외관이다. 보통의 가게들은 문이나 창에 명칭과 영업시간, 메뉴 정도만을 써놓는 경우가 전부다. 그러나 이 인근의 가게들은 이에 더해서 시 한 구절을 써놓거나 그림 등을 그려놓고는 한다. 인테리어 또한 1970~1980년대의 모습처럼 담백하게 꾸며 놓아, 보는 이들에게 그 시절만의 독특한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앞서 소개한 예술인들 말고도, 이 일대에는 과거부터 안평대군, 추사 김정희, 이상범 화백, 윤동주 시인 등 수많은 예술인들이 거주했고, 그 발자취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비상한 인물들이 한 장소에 살았다는 것은, 어쩌면 이 동네에 ‘예술의 맥’이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다음에 경복궁역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경복궁을 벗어나 예로부터 전해지는 예술의 향취를 느껴보자.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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