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록색만 먹는다고? No! 눈과 입이 즐거운 채식주의 (한성대신문, 528호)

    • 입력 2017-11-13 00:00

채식을 선호하는 인구가 늘면서 최근 대 학가에서도 채식을 접하고자 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여러 대학에서 는 채식 동아리가 잇따라 설립됐으며, 대학 가 주변에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이 속 속들이 문을 열고 있다. 한편, 한국채식연 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약 2%, 채식 선호인구는 20~30%로 추정된다. 이렇게 채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지금, 채식주 의자들의 일상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자.
점심시간이 되자 서울대학교의 하지연 (인문 1) 학생은 강의를 마치고 학교 식당 으로 향했다. 얼핏보면 여느 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학교 식당으로 가는 것 같지만, 하 지연 학생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식당 안 에 작게 마련된 채식코너다. 그녀는 몇 달전 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아침은 페스코(Pesco), 점심은 비건 (Vegan)으로 하고 저녁엔 혼용을 했어요.” 몇달 전 그녀가 채식을 시작하던 시기의 식단이다. 그렇다면 페스코, 비건이란 무 엇일까? 우선, 용어에 대해 알아보자. 채 식주의자는 보통 7단계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완전 채식을 하는 비건 부터 달걀, 우유, 유제품까지 허용하는 락 토 오보(Lacto ovo), 여기에 어류까지 허용 하는 페스코, 상황에 따라 육식을 하기도 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까지, 허용 하는 음식의 정도에 따라 유형을 나눠 부 른다.
흔히 ‘채식주의자’하면 ‘맛없는 풀떼기’만 먹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요즘 채식 주의자들의 모습을 본다면 그 생각이 얼마 나 낡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채식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먹거리 또한 다양해졌기 때 문이다.

한식까지 섭렵한 채식

사실 동물성 식품을 빼고 한식 밥상을 차리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 됐다. 우 리가 흔히 쓰는 식용유나 간장, 물엿에도 동물성 식품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동에 위치한 ‘오세계향’의 모든 요리에는 동물성 재료가 전혀 들어 가지 않는다. 동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 아 맛이 담백하고 밋밋할 것 같다면 오 산이다. 실제로 기자가 먹어본 음식을 예 로 들어보자. 오세계향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밑반 찬인 장조림과 어묵볶음에는 동물성 재료 가 1g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본판의 맛을 재현했다. 장조림에 들어가는 고기를 콩고기로 대체해 고기 질감과 맛을 냈고, 어묵에는 생선 대신 곤약을 사용했 다. 그 사실을 모르고 먹으면 일반 장조림 과 어묵볶음으로 착각할 정도로 질감과 맛 이 비슷하다. 종류 또한 찌개부터 비빔밥까 지 다양해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이 식 당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No 에그, No 밀크, No 버터 빵

사실, 빵에도 동물성 재료가 사용되기 때문에 빵만 먹더라도 완전 채식을 한다고 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동물성 재료 를 넣지 않고 만든 빵을 파는 곳이 있다. 신 촌에 위치한 ‘더브레드블루’는 본래 순식물 성 베이커리를 지향하던 곳이었는데 그것 이 비건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졌다. 이 가게의 인기 메뉴는 치아바타와 비건 버 거다. 치아바타는 본래 인공첨가물을 사 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만을 사용해 만드는 이탈리아빵이다. 이에 대해 박재형 이사는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부터 판매해온 제 품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맛과 비주얼이 발 전해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채식에 달콤함까지 더해

‘채식주의 모임을 시작하고 직접 채식 음식도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카페 를 연 사람도 있다. ‘뿌리온더플레이트’의 강대웅 대표는 “단순히 채식을 하는 게 아 니라 ‘건강하면서 맛있게 채식’을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고 말했다. 매장에서는 ‘유기농 현미’를 가 지고 글루텐프리 디저트를 만들어서 판매 하고 있다. 글루텐이란 밀이나 곡류에 들 어가는 단백질 성분으로 몸에 안 좋은 영 향을 끼친다고 인식되고 있다. 또한, 다른 재료들도 메이플 시럽, 유기농 두유 등 건 강한 재료만 사용한다. 이곳의 인기메뉴는 ‘현미 플레인 케이크’다. 섭취 후에 속이 편 하면서도 맛있고, 무엇보다 건강한 재료로 만들었기 때문에 2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안타깝게도 현재 매장 내 식사는 불 가능하고, 방문 포장 판매를 통해서만 이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먹거리가 늘어났다고 해도 아직 채식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은 상대적으로 힘든 편이다. 그래서 최근 대학생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자 동아리를 만드는 사례 가 늘고 있다.

너도나도 채밍아웃

연세대학교 채식동아리 ‘베지밀’의 최민 영(독어독문 4) 회장은 “채식주의자들끼리 쓰는 은어가 있다”며 “채식주의를 시작한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힘들어 생긴 ‘채밍아웃’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어 그는 “채식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 무작 정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 앞으로 채 식주의자들이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 고 말했다. 서울시립대학교의 ‘베지쑥쑥’도 있다. ‘베 지쑥쑥’은 가장 최근에 설립된 채식주의 동 아리다. ‘베지쑥쑥’을 만든 유다님(중국어문 화 3) 학생은 “처음에는 주위에 채식하는 사 람이 혼자뿐이라 망설였다”고 고백했다. “올 해 3월에 다른 학과에 비슷한 가치관을 가 지고 채식하는 친구를 알게 돼서 용기를 얻 고 만들게 됐다”며 “채식을 안하는 사람들 에게 채식주의자도 미식을 추구할 수 있고, 그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 건강과 동 물·환경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실천이라 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소개한 채식주의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아직까지는 따뜻하지 못한 시선 속에서 채식을 이어나간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강대웅 대표는 “채식은 취향이 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채식이 좋아도, 어떤 사람에게는 채식이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모든 사람은 자기에게 맞는 식 단이 있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데 채식을 고집하며 지속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어 그는 “몸에 맞는다는 전제 하에, 즐겁게 채식을 해나갈 수 있다면 가장 건강한 채식 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다.

장동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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