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이제 돗자리를 말아야겠다 (한성대신문, 513호)

    • 입력 2016-08-03 16:49

대한민국 국회의원 총선거가 지나갔다. 더불어민주당의 제1당 등극과 새누리당의 급격한 추락. 16년만의 여소야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충격적인 결과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결과를 제대로 예측한 언론도, 전문가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 시사 프로그램을 자처하는 모 프로그램에서는 ‘이제 돗자리를 말아야 겠다’는 전문가의 발언이 있었다. 민의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정치공학에 치중한 것에 대한 자조 섞인 반성이었다. 
문제는 여론조사기관의 잘못된 예측으로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들은 조사방식부터 현실을 반영하기 어려웠다. 유선전화 위주의 조사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무선전화를 사용하고, 유선전화를 폐기하는 추세다. 특히 젊은이들은 유선전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조사방식은 노년층이 지지하는 정당 에 유리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안심번호 제도다. 이는 휴대전화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휴대전화번호를 조사기관이 알 수 없도록 해서 개인정보유출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현재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쓸 수 없고, 정당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제되어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표본 집단의 크기가 충분하지 않거나, 응답자의 선정이 불투명하게 이뤄 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지만, 위와 같은 과도한 제도적 규제가 여론조사 실패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총선이 진행되는 내내 수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이렇게 여론조사기관들의 문제를 키운 것은 여론조사에 대한 언론들의 맹신이었다. 이번 여론조사 실패에 대해 언론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살펴보면, 여론조사방식에 대한 문제는 언론들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런 문제들을 비판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자료를 확보 해야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높은 신뢰도를 보였던 여론조사기관들을 여과 없이 믿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흘러들어간 잘못된 정보는 모든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잘못된 조사방식으로 만들어진 정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사, 여론조사기관들의 합작으로 가장 신뢰받는 정보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 흐름에 편승하면서, 오판이 진실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었다.
총선결과가 나온 이후, 대중들은 위와 같은 이 사실에 경악했고, 언론과 여론 조사기관들에 대한 분노와 의심을 드러 냈다. 일각에서는 여론조사기관들이 의 도적으로 데이터에 조작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여론조사기관들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집단의 사주를 받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로 지난달 25일에는 충청북도 청주권의 여론조사를 담당한 한 여론조사 업체의 대표가 여론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구속기소되는 일도 있 었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엔 대통령 선거다. 이미 여론 조사기관들은 유력한 예상 후보들의 지지도를 조사하고 있으며, 언론사들은 이 자료들을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확인한 문제들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자료들을 믿어야 할까? 그리고 이들에게 남은 신뢰성이 있을까?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들은 신뢰를 기반으로, 민의를 대변하고자 노력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이들은 이미 신뢰를 받고 있다는 오만에 빠져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여론조사의 방법을 개선하는 한편, 규제완화를 통해 모든 기관이 안심번호를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언론사들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런 의견들을 적극 수용하고,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믿는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것만큼 속상한 일은 없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믿 어준 대상이 모두를 속였다면, 그 실망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믿음을 줬던 만큼 이들이 반성하고 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박종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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