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빠르게 증가하는 프리터족, ‘게으른 청년’이 문제? (한성대신문, 534호)

    • 입력 2018-05-14 00:00

 최근 들어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대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기업은 취업의 문턱이 너무 높고, 중소기업은 업무강도에 비해 근무환경과 급여 등 대우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을 하는 청년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 이제는 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분류하는 ‘프리터족’ 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프리터족’은 ‘Free(자유로운)’와 ‘Arbeiter(노동자)’의 합성어로 안정적인 일자리 대신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청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1980년대 일본에서 생겨난 단어로, 경제 불황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필요한 돈이 모일 만큼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정규직에서 소외된 자유로운 청년들’을 의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용불안’이라는 의미가 더해져 현재 한국에서는 취업난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선택하게 된 사람들’ 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국내 프리터족의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350만 명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아르바이트 중개 웹사이트 ‘알바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20대 남녀 1,0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6%의 응답자가 자신을 프리터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6년 대비 25%가 증가한 수치로 프리터족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프리터족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신세돈(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기업에서 채용인원을 줄이자 갈 곳을 잃은 청년들이 실업과 정규직의 절충안으로 아르바이트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프리터족 자체를 문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왜 이러한 사회 집단이 생겨났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아르바이트를 더 선호하는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최저시급 상승이 프리터족 증가로 이어진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최저시급이 상승하면 프리터족이 증가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하지만 영세업자들이 근로자 수를 감축할 경우에는 오히려 최저시급 상승이 프리터족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대기업 중심 경제 정책’에서 ‘중견기업 중심 경제정책’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들에게 정부에서 지원금을 지급해 목돈 마련을 돕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이 금전 문제에만 집중한 현재의 청년정책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아르바이트가 아닌 중소기업으로 청년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근로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공장 시설이나 사무실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미래가 보장된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일정기간 근무하면 동종업계 해외기업 견학을 보내주거나, 중소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명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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