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요리하는 이슈브런치> 드디어 터진 사법부의 종양 ‘사법농단’ (한성대신문, 536호)

    • 입력 2018-09-03 00:00

 지난 6월 15일, 대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하 양승태) 당시 작성된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당시 사법부가 동료 법관, 법원 내 소모임을 사찰하고 정부와 ‘재판거래’한 정황이 적혀 있었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사법부는 국제인권법위원회, 다음 카페 ‘이판사판야단법석’ 등 판사 커뮤니티를 뒷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이들을 와해할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평소 사법부 체제에 비판적인 법관들도 사찰한 것으로 밝혀졌다. ‘KTX 해고 노동자 사건’과 ‘긴급조치 피해자 사건’ 등에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정황도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법농단 사태가 야기됐다고 분석했다. 상고법원이란, 대법원으로 넘어간 사건 중 중요성이 덜한 것들을 심사하는 법원을 말한다. 이에 대해 한상희(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승태가 법관들 사이의 승진 경쟁을 촉진해 법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상고법원 법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법관들이 이전보다 더 대법원장의 입맛에 맞게 행동하도록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검찰은 이와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며, 법원으로부터 전 정부 당시 사용한 하드디스크 등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박상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등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양승태가 생활했던 자택,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6월 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조치였다.
 이 같은 법원의 미진한 태도에 대해 정치권은 크게 반발했다.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적폐를 감싸는 법원의 태도가 지속되면 특별법 제정 등 강력한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며 이들을 압박했다.
 지난 8월 14일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 의원 56명이 사법농단 사태 당사자를 처벌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당사자를 재판할 특별재판부와 이들의 영장을 심사할 특별영장담당관 설치 등을 골자로 하며, 8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한편,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은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시국회의’를 구성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8월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순일 대법관 등 전 정부 당시 임명된 대법관들의 탄핵을 국회에 촉구한 바 있다.

윤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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